노인부부만 사는 가구를 상상해보자. 어떤 이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온 사랑하는 두 사람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돈이 없다면? 설상가상으로 집도 없다. 그리고 둘 중 한사람은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정신도 희미한 중병에 걸려 있다. 남은 다른 한 사람 역시 건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요양보호사 동행취재를 위해 찾아간 노인부부 세대의 집은 30분 앉아있었더니 머리가 아플 정도의 쾌쾌한 냄새가 났다. 반 지하 셋방 형광등 아래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온 사방 벽에는 습기로 눅눅해진 곰팡이가 포진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빗물이 들이닥쳐 바닥이 물바다다. 좁은 공간에 정리되지 않은 살림살이 위엔 먼지가 뽀얗다.

그곳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어르신은 온 피부가 짓물러 있고 온전한 정신이 아니다. 또 잠들어 있지 않을 때는 계속 몸을 긁는다. 그래서 더 불긋불긋한 피부에 생채기가 난다.

살이 썩고 문드러지고 움직임이 없는 부위에 약을 바르려고 요양보호사가 연고를 찾자 할머니가 “이거 바르니까 싹 낫더라”며 내민 약병. 그 약을 본 요양보호사는 기함을 하며 이 약은 입에 바르는 건데 이곳에 바르면 안된다고 펄쩍 뛰었다.

할머니는 머쓱했지만 이미 수차례 그 약을 남편 환부에 바른 터였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말없이 몸을 긁적일 뿐이다.

요양보호사가 오지 않는 날에는 할머니가 남편을 간병해야 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눈도 어둡고 힘도 없다. 며칠 전 검사받은 병원에선 증상이 심각하니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지만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이다.

할머니도 자기가 옆에서 돌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다. 요양보호사에게 연신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던 할머니는 피곤했는지 할아버지 옆에 누워 잠에 곯아떨어진다. 가스레인지 위에는 할아버지 메리야스를 삶기 위해 쇠대야가 올려 져 있다. 저대로 잠든다면 불은 누가 끄지?

요양보호사는 환경이 열악한 곳에 홀로 살거나 어렵게 계신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고 싶다가도 이 어르신들을 두고 갈수가 없어 계속 다니는 거라고.

어느새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복지사의 마인드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다. 누구나 다 인정 하듯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자체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감축, 공공서비스 축소 등의 현 흐름을 보면 보험수가만으로 운영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틈에 속하지 못해 밖으로 내몰릴 어르신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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