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볕 한 줄기 피할 길 없는 오후 2시. 양천구청 앞에서 ‘탈시설’, ‘인권쟁취’가 쓰여진 노란 조끼를 입은 석암비대위 소속 회원들과 공동투쟁단 활동가들이 속속 모여든다. 양천구청 정문은 굳게 닫혀있고 인상 찌푸린 구청 직원들 사이로 민원인들이 무슨일인가 하며 잠시 들여다보거나 혹은 그냥 지나쳐 간다.

그들이 폭염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데모여 구청을 향해 외치고자 한 것은 이제는 누군가의 ‘밥벌이’로 이용되고 싶지 않다고, 한 사람의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세상이 피하고 싶었거나 혹은 ‘깜빡’한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실형을 선고받고도 버젓이 자신의 친인척 등 측근에게 운영권을 물려주고, 생활인들에게 공공연히 인권탄압까지 자행하는 석암재단 이사진의 경영 행태는 비장애인들이 보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으나,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이들을 사회의 한 일원으로 인정하고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책임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 돌을 맞았고, 장애인 장기요양제도 도입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정부는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이제는 자립생활로 변하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이는 ‘모르쇠’ 식 또는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이 말을 무색하게 한다.

정부가 그렇게 외쳐오던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회복지시설 비리에 대해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함이 마땅하다.

이를 위해선 시설 생활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당사자들의 당사자들을 위한 시설로 변해갈 수 있도록 경영의 투명성을 정부가 나서서 보장해야 할 것이다.

탄압과 무관심 속에서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는 많은 석암재단 생활인의 투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석암재단 사건이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의 선례로 남기를 바래본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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