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이 극단 열린세상의 장애인배우 공개오디션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배우 못지않았다.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장애인들이 연극무대에 오른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에 당당히 도전하는 셈이다. 

4월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 낡은 건물의 지하1층.
극단 '열린세상' 연습실에는 배우를 지망하는 장애인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모여들었다.
극단은 지난 3월부터 장애인을 대상으로 배우를 공개모집했다.
이날 오디션에 참한한 장애인은 모두 7명.
연기경험이나 무대에 서본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배우 못지않다.

오후 2시. 오디션이 시작되자 연습실은 열기로 가득 찼다. 
한 마디 한 마디 말 잇기가 어렵고, 몸 하나 가누기 힘들어도 장애인들은 대본연습에 여념이 없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유신 감독은 "오늘 이 자리는 누군가를 합격시키고 떨어뜨리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편안하게 임하라"라며 배우지망생들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오디션에 응한 장애인들의 사연과 각오도 각양각색.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성웅(26)씨는 "솔직히 '한사람'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 그 사람은 직장도 있지만 나는 집에서 놀고 있고....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사람을 위해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디션에 응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말을 힘들게 이어갔지만 밝은 웃음으로 당당히 자신을 표현했다. 일본어로 자신을 소개하고 개인기로 '골룸'을 선보였다.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주특기’로 '근육'을 보여주겠다”고 웃옷을 벗어 오디션 내내 열렬한 환호(?)를 받는 인기를 누렸다.

척수신경을 다쳐 목발에 몸을 의지하는 유이연씨(30)는 '배우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배우는 나를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배우는 나를 버리는게 아니라 나를 통해서 다른 삶을 표현해 내는 것이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디션에서 동요서부터 가곡, 트로트를 메들리로 열창, 다른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섯 살 때 열병을 앓아 청각장애를 가진 오정윤씨(여·27)는 유일하게 여성 지망생. 오씨는  "대학 동아리에서 수화연극을 해봤지만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무척 떨린다"고 했다.

극단 열린세상 장애인배우 공개오디션의 심사위원들.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한 정혜승 교수(경기대 스타니슬랍스키 출강)는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자는 그 꿈을 이루 수 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사람들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건강한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또 이미 캐스팅 된 비장애인 배우 신동일씨와 최희원씨는 오디션 현장에 직접 참석, 함께 할 장애인 배우지망생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두 ‘배우선배’는 “장애인배우와 함께 연극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다. 물론 장애인배우들이 발성 등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런 점들이 불편하거나 방해가 된다면 아예 연극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연극은 재미난 일이다. 함께 재미나게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드디어 오디션 심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기서 떨어지게 되면 제자리에서 있는 게 아니라 세상 뒤로 또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한 참가자의 간절한 이야기가 극단측에 전달됐는지, "배역 비중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배우로 우뚝 선 장애인들은 4월 12일부터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가지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장애인들이 참가한 연극은 8월 30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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