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파워시니어 주인공은 늘해랑 배움터 강사진. 성북장애인종합복지관에는 성인지체장애인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이색 강사가 있다.

바로 평균 65세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이들을 책임지고 국어 및 수학을 일주일에 2번, 3시간씩 가르치는 것. 7월부터 시작된 이 수업은 내년도까지 이어진다.

‘늘해랑 배움터’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의 지원을 받아 노인전문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프로그램 담당자인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의 양재혁 팀장은 지역사회에 참여가 가능하고 다양한 어르신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 자리를 위해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파워시니어의 주인공들을 만나고자 찾은 성북장애인종합복지관 4층 강의실.

성인 지적장애인 6명과 어르신 강사 4명이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학생 2명당 선생님 1명이 옆에서 보좌하는 강의시스템은 집중이 쉽지 않은 장애학생들을 잘 이끌어 주고 있었다.

늘해랑 배움터 노인 강사 박영옥(65)씨가 성인지체장애인 학생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모습.

늘해랑 배움터 반장 김영환(50,지체장애인)씨는 “이런 배움의 기회를 접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사고로 머리를 다쳐 언어 사용에 문제가 있었는데 수업을 통해 잊었던 것을 다시 배우게 돼서 좋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늘해랑 배움터 강사 어르신 중 2분은 전직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 출신이다. 다른 2명 역시 평소 장애어린이 돌보미 봉사활동과 노인종합복지관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왔다.

박옥남(65)씨는 늘해랑 배움터 강사로 활동하면서 보람차게 하루를 보낸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 이후, 성당에서 자원활동을 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가르치는 것만큼은 자신도 있고,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 즐겁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뜻을 갖고 만난 친구들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

프로젝트 참여하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돼서 더 즐겁다고 한다.

최영실(70)씨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상담자원활동도 겸하고 있다. 그는 “자원활동이란 해보지 않고서는 그 즐거움을 모른다”며 직접 행동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씨는 처음에 강사교육을 받을 때 두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나이에 보통사람도 아닌,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일을 잘 할 수 있을 까하는 부담감이었다. 그러나 교육을 시작한지 한달 째, 그런 우려는 다른 강사들과 힘을 합치면서 없어지고 이제는 즐거움만 남았다.

늘해랑 배움터 화목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진들. 왼편부터 박옥남, 한겸숙, 박영옥, 최영실 씨.

 

그는 “한번은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지금 떠오르는 말을 빈 노트에 적어보라고 했더니, ‘선생님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쓴 것을 보았다. 순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 다는 것은 기쁨을 준다”며 자원활동의 즐거움을 밝혔다.

은퇴 후 북까페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는 한겸숙(59)씨도 전직 교사다. 수학을 전공한 그는 늘해랑 배움터에서도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전부터 장애아동에게 봉사활동 했던 그는 “성인 지체장애인에게 학습은 반복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루하루 배우고 하나 알았다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큰 즐거움은 학생들과 친해지고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이라는 박영옥(65)씨는 학생들이 그간 사람 정을 많이 그리워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노인의 자원활동은 지역사회에도 큰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그 자신에게도 즐거움으로 작용한다.

열정적이게 수업하는 강사와 집중하는 학생들.

이들은 주변에서 ‘이제 좀 쉬지, 뭐 그리 바쁘게 움직이냐, 네가 봉사 받을 나이 아닌가’ 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무엇에도 견줄 수 없는 큰 기쁨이고 삶의 활력소라고 한다.

성북노인종합복지관 양재혁 팀장은 “선진복지사회란 서비스를 주고받는 사람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이 될 때 가능하다”며 “노인이 나라로 부터 복지서비스를 받으며 또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자원봉사 하고 싶어한다”며 “앞으로 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장을 만들어 어르신들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말했다.

“길 터줘서 감사하다”

늘해랑 배움터 노인자원봉사단은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복지관에게 큰 고마움을 표했다.

*현재 늘해랑 배움터는 월·금 반, 화·목반, 두개 반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으며 월·금반은 초급반으로 강사 5명과 학생 8명, 화·목반은 중급반으로 강사 4명과 학생 6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의참가 문의: 성북장애인종합복지관 02-915-9200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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