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호빈입니다."
그를 만난 건 '열린세상' 연극 공개오디션에서이다.
머리에 멋진 두건을 두르고 읽기 테스트용 대본을 열심히 읽고 있던 그가 자신을 소개한 말이다.
뇌성마비 2급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강동구립극단 소속 배우 김호빈(30)씨.
그가 생각하는 장애와 배우란 무엇인가.

- 어떻게 배우를 시작하게 됐는지,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장애인이면서 고아여서 어렸을 때부터 사회복지시설에서 자랐다.
1997년 극단에 합격하고 들어갔을 때 복지시설에서 못가게 했다.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 연극 선생님께서 '너는 이길밖에 없다. 잘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성격이 내성적인데다 나 혼자만 장애인이었다.
극단에 들어가서 3년동안 소위 ‘왕따’였다.
도움을 주던 친구들이 연기에 대한 꿈을 접으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이유와 소감을 말해달라.

"장애는 장애를 누릴 수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요즘 장애인 소재의 드라마와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것은 장애인이 직접 연기해야 한다고 본다.
장애인의 세밀한 감정묘사 등을 직접해야하며 그게 옳은 일 같고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어 참여하게 됐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은가.

"난 이미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라는 영화에 장애인 시인으로 출연한 바 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우울하다거나 슬픈 역할이 아닌 밝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주유소습격사건의 유지태의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고,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 장애인 배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장애인으로서 이런 기회가 있다는 점에 감사드린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도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장애인 세상 속으로 한발자국 들어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외국에서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서로 길거리에서 짧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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