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를 상대로 박미석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퇴진투쟁을 벌여온 서울의 사회복지계가 사실상 백기를 들고 말았다.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퇴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4개월 동안의 투쟁을 일단 접고 서울시와 협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청 앞 1인 시위 등 모든 형태의 투쟁은 중단됐다. 공대위는 투쟁유보라는 완곡한 표현을 빌렸지만 서울시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운동이나 투쟁에 있어 한번 식은 열기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공대위의 유보결정은 투쟁의 동력을 상실하는 결정적 자충수가 될 듯하다.

공대위는 이번 서울시와의 힘 겨루기에서 완전히 패퇴한 느낌이다. 공대위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사회복지계의 여망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믿고 맡겨 준다면 사회복지계가 제기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임을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전달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공대위는 또 서울시 실무진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서울복지재단 운영시스템 개선 등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에 응하겠다는 뜻을 전해 왔다며 서울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에 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공대위가 말하는 서울시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애초 사회복지계는 박 대표이사의 비전문성과 인선과정의 부적법성 등의 이유로 그의 퇴진운동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박 대표의 인선이 잘못됐다고 시인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얼마 전 열린 서울시 의회에서 이봉화 서울시 여성복지국장이 박 대표의 사회복지 전문성과 인선의 적법성을 당당하게 밝히던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로서는 공대위가 말하는 서울시의 전향적 태도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헤아릴 길이 없다.

공대위가 쫓기듯이 백기를 든 저간의 사정은 둘째 치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전문성 사수투쟁의 깃발을 내린 것은 잘못된 일이다. 투쟁하면서 협상하는 것이 유리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상식을 공대위는 깨트렸다. 이와 함께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회복지인들의 열정도 이젠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뜻 있는 사회복지전문가들이 사회복지 전문성 사수와 혁신을 위한 실무자협의회를 구성,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서울시에 맞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여름날의 그 뜨겁던 열기도 가을의 서늘한 찬바람과 함께 싸늘히 식어버리는 것이 변화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인가. 이러한 자연의 이치가 허망하고 공대위의 성급한 결단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복지뉴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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