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이사회가 결국 최종 신임 원장으로 이용흥 후보를 선출했다. 이용흥 씨는 이제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만 떨어지면 개발원장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용흥 씨는 복지부 정책홍보관리실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을 지낸 공무원으로 장애인개발원 신임 원장 공모가 결정되기 전부터 '복지부 낙하산'으로 거론됐던 인물로, 장애인계가 이를 두고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자 개발원은 외관상 공모 형식을 취했다.

공모에는 이 후보를 비롯해 장애계의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지원했다. 장애ㆍ비장애 내외부 인사로 꾸려진 임워추천위원회는 5명의 후보 중 상위득점자 2명을 이사회에 추천했다. 이 후보는 압도적인 차이로 쟁쟁한 타 후보들을 누르고 1위로 이경혜 부산점자도서관장과 함께 2배수 추천자 목록에 올랐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정부의 낙하산 투하 작전은 개발원의 이사이면서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던 변승일 농아인협회장과 권인희 시각장애인연합회장이 최종면접결과 승인란에 싸인하지 않고 면접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변승일, 권인희 두 회장은 타 후보에 비해 장애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 후보가 최고점수를 받은 것은 복지부의 임깁이 영향을 미쳤다며, 면접 전 후 이봉화 복지부 차관이 두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가했다는 사실도 함께 폭로했다.

변승일 회장은 장애인당사자주의를 외치며 14일간 단식농성을 진행했고, 낙하산 저지 비상대책위가 구성되는 등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던 중, 변승일 회장이 건강악화로 단식농성을 접자 잠시 잠잠해졌다.

그동안 어떤 입장표명도 하진 않은 채 추이를 지켜보던 이사회는 두 차례 가진 비공식 간담회에서 과반수 이상의 임원추천위원이 동의했고, 행정절차상 문제도 없다고 결론짓고 원래의 면접결과대로 추진하기로 해 이용흥 씨의 선출은 이미 예고 됐었다.

이사진들은 면접심사 점수에 대해서는 각 위원의 주관적 평가로 존중받아야 하며, 복지부 외압설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이사진들이 그동안 장애인계의 주장을 묵살한 채, 행정적 절차만을 운운한 것은 참으로 씁쓸하다.

이번 장애인개발원 사태로 인해 장애계가 그동안 주장해 왔던 ‘장애인당사자주의’는 크게 약화될 것이다. 지금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낙하산 투하 작전은 승률 100%에 가깝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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