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예산을 볼모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게 통합을 요구했으나 끝내 엄포로 끝났다.

복지부는 두 단체가 합쳐 법정단체인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설립하기를 희망했으나 이를 강제할 근거도, 뚝심도 보여주지 못한채 헛심만 쓰다 말았다.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는 지난 199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제54조에 마련된 ‘협의기구’다. 협의회는 장애인복지단체의 활동지원과 장애인의 복지증진을 벌이는 사회복지법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협의회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장애인관련 유일한 협의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법 시행 5년이 지나도록 사문화되어 있다.

이와 관련 장애계에서도 ‘협의회 구성을 통한 장애단체 위상강화’를 주장하는 세력과 ‘복지부 산하단체로의 전락’을 우려한 세력들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애인계 한 관계자는 “장총련과 한국장총의 대립이 오히려 장애단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협의회 설립을 통해 장애인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위상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협의회를 구성할 경우 복지부에 예속되어 정부의 간섭을 받으며 운영될 우려도 있다”며 “또 두 단체구성원간의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결합하게 되면 오히려 내부에서 발생하는 마찰로 인해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예산을 책정하는 복지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단체가 통합하는 것이 기능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물리적 통합이 중요치는 않은 것 같다”며 “사안에 따른 단체간 연대를 통해 보다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등 ‘공동의 선을 위한 연대’강화가 더욱 중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복지부는 각각의 단체로 등록허가를 내주고서 이제 와서 통합하라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장총련 김동호 사무총장은 “협의회 설립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장총과 장총련이 분리된 과정과 배경을 한번쯤 생각한다면 두 단체의 결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장애인문제를 바라보는 입장도 틀리고, 이면에는 단체간 이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익’과 ‘시각차’라는 현실의 걸림돌을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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