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다역을 소화해 내며 '샐러리맨의 하루'를 연기하고 있는 이경희씨와 김동희 소장.

 “슈퍼우먼, 슈퍼맨에 이어 슈퍼장애인까지... 우리도 우리자신에게 이제 조금 더 관대해져도 좋지 않을까요” 함께쓰는 희망노트 월요일 코너 ‘그녀들의 수다’ 오늘의 주제는 슈퍼 콤플렉스다.

연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녹화에서 별다른 NG 없이 대본도 없이 술술 이야기 풀어내는 그녀들, 참 할 말이 많아 보인다.

이어서 일상생활에서 겪는 이야기를 일기형식으로 전하는 ‘두리의 일기’ 출연자 하석미 씨의 ‘수준급’ 목소리 연기가 펼쳐지고 ‘셀러리 맨의 일기’에는 출연자들이 1인 다역도 거뜬히 소화해 낸다.

이는 다름 아닌 장애인들이 모여 만든 라디오 방송 모습이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마포IL) 중심으로 모인 장애인들이 만든 라디오방송 ‘함께쓰는 희망노트’는 2007년 1월 1일  공동체 라디오 마포FM에서 첫 전파를 탔다. 희망노트 기획자이자 방송진행자이기도 한 마포IL 김동희 소장은 처음 지역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방송을 기획했다고 전했다.

희망노트가 전파를 타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막상 시작하려고보니 방송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는 리포터 등의 경력을 지닌 김 소장 밖에 없었던 것. 김 소장은 “지금도 그리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에는 지원이 전혀 없어 센터 활동비까지 나눠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후 일명 ‘차 PD로 불리는 희망노트 연출자 차미경씨가 합류하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방송자원활동가를 모집 해 방송기획에서부터 실무까지 자체 교육을 진행해 인력을 확보하는 등 준비절차를 거쳤다.

마포 FM측에서도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다고 한다. 마포FM 이웅장 편성국장은 “의도는 좋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도 없었고...저희로서는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죠. 하지만 당사자 분들의 의지가 강고했고 저희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부분을 포괄하고자 하는 공동체라디오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프로그램 제작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두리의 일기' 코너에 출연하는 하석미씨가 목소리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녀의 연기는 가히 수준급.

 

제작, 출연진 전원이 장애인으로 이뤄진 '함께쓰는 희망노트'는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모습을 담아 전해주고자 한다.

 

방송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발판이 되기를

희망노트는 지역에서만 방송되고 있지만, 인터넷 다시듣기 서비스 등을 통해 전국적으로 제법 알려졌다. 차미경 PD가 대본을 쓴 ‘샐러리맨의 하루’등 에세이, 드라마 형식의 작품들도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장애인인식개선 사업에 활용 되고 있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 타 방송으로 영역을 넓힌 하석미씨나 차미경씨를 볼 때 보람을 느낀다는 김 소장은 “지역방송의 한계로 구체적인 방송인 양성에 주력할 순 없으나, 방송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이나 다른 지역 방송의 발판이 되기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도 충분히 방송인이 될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김 소장은 장애인방송인 육성에는 우선 장애인 미디어접근성이 확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극복이라는 딜레마를 극복하고 전문성을 갖고 여러분야로 장애인들이 진출하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역설했다.

“제가 노래를 막 시켜서 출연을 꺼려하시는 분들도 계세요”라며 웃는 안희정씨는 재능있는 장애인을 소개하는 코너 ‘마이크를 잡아라’의 코너 연출을 맡고 있다. 언어장애를 가진 그는 방송활동을 하면서 성격도 밝아졌다. 안 씨는 “언어장애를 가졌지만  방송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노력하면 기회가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자신이 그 본보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고 전했다.

‘함께쓰는 희망노트’는 마포지역에서는 오후 2시~3시 동안 주파수 100.7에서 들을 수 있으며 인터넷으로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된다. www.mapofm.net

장경민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