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001년 개봉된 ‘오아시스’와 최근의 ‘말아톤’은 장애인을 주연으로 해 평단의 호평도 받았고, 관객몰이에도 크게 성공했다.

중증 여성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영화 오아시스의 한장면(사진제공:이스트 필름)

오아시스(감독 이창동)는 사회에서 철저히 유리된 중증 뇌성마비 여성 장애인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 일반 관객들에게는 호평 받았으나 장애인들에게는 ‘혹평’받은 영화다.
올 들어 최다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말아톤’(감독 정윤철)은 자폐아 주인공을 내세워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장애인을 둘러싼 가족 간의 사랑의 본질을 엿보게 하고 있다.

그동안 몇몇 한국영화에서도 장애인을 소재로 다루긴 했지만 두 영화처럼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삶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속 ‘장애인’은 먼나라 이야기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장애인이 조연 또는 소재로 등장한 영화들은 많다.

흥행에 성공한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에서 ‘향숙이’로 유명한 백광호는 발달장애인으로 나온다. 백광호는 피해자 여성중 하나인 향숙이를 좋아해 용의자로 몰렸다가 혐의를 벗지만 결정적 순간에 죽고 만다.
이 같은 백광호의 캐릭터는 영화에 긴장감과 재미를 주는 한 요소로 작용했을 뿐, 코미디언들이 각종 버전으로 희화화해 장애인의 인권침해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받았다.

청각장애인의 비극적 삶을 그린 영화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은 착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빠져드는 끔찍한 복수의 비극을 다뤘다.
선천성 청각 장애를 지닌 류(신하균)는 유일한 가족인 누나와 살고 있지만 그의 누나는 신부전증을 앓고 있어 신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는다. 류와 그의 연인 영미(배두나)는 장기밀매단의 사기에 걸려 누나의 수술비를 잃게 되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를 유괴한다. 이들은 자수성가한 중소기업체 사장 동진(송강호)의 딸 유선을 납치하지만 동생의 범죄를 알게 된 누나는 자살하고 유선은 사고로 익사한다.
영화의 후반부는 류의 장기밀매단과 동진의 류에 대한 복수극 등 연쇄적인 ‘피의 잔치’로 이어진다. ‘복수는 나의 것’의 핏빛 화면이 무의미한 칼부림만으로 비쳐지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으로 그간 착하게 살았던 극중 인물에게 약간의 면죄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배두나)는 봉사 활동에서 알게 된 뇌성마비 시인을 좋아한다. 영화에는 태희가 친구 혜주(이요원)에게 “주상이랑 어떡할까?”라고 묻자 혜주가 “그 뇌성마비시인? 어떡하긴 뭘 어떡해, 너 언제 철들려고 그러니? 애매한 동정심하고 사랑은 달라, 하여튼 철딱서니 없어 가지고 말이야”라며 ‘훈계’한다. 이 영화에서도 아직 성장기에 있는 스무 살 여성의 성장과정의 일부로 장애인에 대한 호감을 그리고 있다.

장애에 대한 사실성의 부재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대한 표현이 부족한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진화되고 있다

영화 후아유는 청각을 잃게된 한 여성이 장애의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진 제공: CJ 엔터테인먼트)

한국영화에도 장애를 외부적 요소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애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후아유’(감독 최호)의 인주(이나영)는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기대주였으나 무리하게 훈련하다 그만 청각을 잃게 되고 선수 생활을 포기한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악착같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영화는 인주가 형태(조승우)의 도움으로 스스로 장애의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안녕, 유에프오’(감독 김진민)에서 주인공 경우(이은주)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으로 순수한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또 경우는 밝고 맑은, 때론 털털하기까지 한 여자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 표현되고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영화 안녕, 유에프오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의 순수한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사진 제공:튜브엔터테인먼트)

 

장애인이 직접 출연하는 영화도 늘고 있어 주목된다.  
 2003년 영화 ‘여섯 개의 시선 (If You Were Me, 2003)’의 ‘대륙횡단’(여균동 감독)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김문주씨가 직접 출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대륙횡단’이란 영화의 부제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웃는 모습이 선한 청년과 거리산책하기’이다.

이 영화는 김문주라는 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의 일상적인 사건과 감정, 기록을 열세편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한 영화.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마 고백을 하지 못하는 장면, 친구와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으며 스스로 무력해진 이유를 더듬는 장면, 장애인 이동투쟁으로 잡혀간 친구를 생각하며 홀로 광화문 네거리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장면 등으로 장애인의 외침을 그려냈다.

또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태희가 좋아한 뇌성마비 시인을 뇌성마비 2급 장애인인 김호빈씨가 직접 연기한 바 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등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의 새 작품 ‘엄마 얼굴 예쁘네요’에 다운증후군 영화배우 강민휘(24)씨가 조연급으로 캐스팅 됐다.
 

△그동안 어떤 영화가 있었나
몬트리올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백치 아다다’, 대종상 작품상 수상작 ‘벙어리 삼룡이’를 시작으로 장애인을 주.조연으로 한 영화는 적지 않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 안개마을, 오염된 자식들, 고래사냥, 하얀 전쟁, 서편제, 나쁜 남자, 느미, 낮은데로 임하소서, 안녕하세요 하나님, 오세암, 꼬리치는 남자 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영화에서 장애인들은 희생적이거나 비운의 주인공 등 정형화된 이미지로 다가온 경우가 많았다. 물론 장애를 극복하거나 해피엔딩으로 극을 마무리한 영화도 있었으나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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