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자 4명 중 1명이 노인이라고 한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인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62명으로 10만명당 27명인 전체 자살자 비율의 2.3배나 된다. 이렇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지난 한해동안 무려 3천653명에 달했다고 하니 하루에 10명 꼴이다.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요인은 빈곤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목숨을 끊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위이며, 이미 전국 30개 기초자치단체는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반해 가족부양체계는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다. 지금은 효 사상에 기대어 자식들에게 부양책임을 떠넘기는 시대가 아니다. 현재의 노인들을 일컬어 부모에게 효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들에게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라고 하는 이유도 전통적인 효 사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인을 부양하는 책임을 개인이나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발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노인부양체계를 만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핵가족화와 가족해체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노인부양문제는 더 이상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 노인들의 생활고와 질병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부는 고령사회기본법 제정과 노인요양체계 마련을 더 서둘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한 노인복지예산의 대폭 증액도 실현돼야 한다. 어르신이 빈곤 때문에, 병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적 불효는 너무 큰 고통이며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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