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학대학 사회복지학과 조성상 교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정부조직의 기독교 편향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알려진 문제들이 의도된 결과는 아니겠지만 실제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기독교 편향적인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결국 두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찌되었든 가뜩이나 서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는 지금 정부의 기독교 편향성 시비는 국민 모두에게 아쉬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독교와 불교는 신도수와 사회적 영향력 측면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대등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장점중 하나로 기독교와 불교를 포함한 다양한 종교가 큰 갈등없이 공존해왔다는 점을 지적해 왔었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종교관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종교의 상생을 유지해온 스스로에 대해서 자랑해도 될 만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단지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 이외에는 달리 설명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독교 시비는 아쉬운 점이 많다.

나는 지금까지 “어느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더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국민들 개인적으로는 특정종교에 대한 선호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선호가 타 종교를 비난하면서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가 믿고 싶은 종교를 믿으면 되는 것이다. 최근 불교계의 문제가 아닌 불교라는 종교 자체를 비난하는 목사님의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방송을 통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분이기에 그 분의 발언은 더욱 아쉽다. 본인 스스로 자신의 발언이 평소의 소신인지 우발적인 실수인지 밝히지 않고 있어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과연 그 행동이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일개 목사님의 말 한 마디가 이렇게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진대, 한 나라의 대통령의 말 한 마디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갖는 것이 당연하겠다. 물론 그것이 말(言)이 아니어도 그렇겠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 ‘침묵’ 역시 마찬가지이겠다.

대통령이 목사님을 일터로 모셔와서 예배를 본 것에 대해서 여론의 비판적 시각이 있기는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초 기독교 신도인 대통령이 목사님의 설교를 교회에 가서 들을 수도 있고, 일터로 모셔와서 들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좀 관대해지자. 예배를 보는데 믿지도 않는 종교의 예식을 같이 진행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시국과 관련하여 기독교계의 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일일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가?

다만 불교계의 불만과 요구가 있을 것이다. 불만에 대한 적절한 언급이 없으니 불만이 더 커지고 요구도 더욱 강해지게 될 수 있다. 게다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지도자급 목사님의 불교폄훼적 발언은 불교계와 정부의 대립에서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대립으로 발전할 소지를 제공했다. 대립과 갈등이 더 커지기 전에 대통령의 침묵이 아닌 말 한마디가 이제 정말 필요할 것 같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했던가. 국어사전에는 ‘공복’을 ‘공중의 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윤리강령을 보면 종교적 차이에 의해서 서비스 대상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공무원의 서비스 대상자는 우리 국민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 의사들이 자신과 같은 종교인들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찌되겠는가?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그들을 채용할 때 종교적 차별은 없었다. 당연히 그들 자신이 갖고 있는 종교에 따라서 색깔있는 활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없었다.

사회복지계의 민간조직들을 살펴보면,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등의 많은 종교기관에서 종교적 소명의식의 발로로서 사회복지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지만 사회복지계의 채용시장을 보더라도 특정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국가 자격증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 역시 전문가 집단이다. 따라서 전문적 활동의 지침이라 할 수 있는 윤리강령을 갖고 있다. 의사나 변호사들과 마찬가지로 사회복지사들의 전문적 활동은 종교적 편향성을 배제한다.

정부의 종교적 편향성이 문제시되는 지금 혹시라도 이 불똥이 사회복지계에 옮겨붙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우리의 클라이언트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 아니 더 이상 우리를 사회복지사로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그렇다.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는 신입생들에게나 들려줄 말이기에 마음이 무겁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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