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로 인한 낙태(인공중절수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태아의 성감별은 허용해야 한다”

국회의원 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토론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태아성감별 허용을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성감별 허용시기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10일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현현 의원(민주당)은 ‘합리적인 태아성감별 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태아성감별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법 20조(태아 성 감별 행위 등 금지)는 '1항은 의료인은 태아 성감별을 목적으로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여서는 아니되며,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도와서도 아니된다. 2항은 의료인은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다. 

지난 7월 31일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이 태아의 성별을 고지하는 것을 금지한 기존의 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기존의 의료법 조항을 2009년 말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이는 '낙태가 불가능하게 되는 시기를 포함해 임신 기간 전 기간에 걸쳐 태아의 성별고지를 금지하는 것이 의료인과 태아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임신후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이후부터는 태아 성감별을 허용하는 내용의 적절한 입법을 하라는 것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 8월 16일 태아의 성감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여야의원 14명이 서명해 발의한 상태이다. 개정안은 '의료인이 태아의 성감별을 위해 임신 후 28주가 지난 임산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고 태아의 성을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 또 임신 28주 이내에 태아의 성을 고지했을 경우 의료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처벌조항 중 면허취소를 자격정지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제발제를 맡은 카톨릭의대 산부인과 신종철 교수는 “개정안을 발의할 때 가장 중요한 초점은 불법적인 인공임신중절을 못하도록 하는데 있으므로 태아의 성감별을 허용하는 시기를 논하기 보다는 불법적인 인공임신중절에 대해서 시술한 의사나 의료기관뿐 아니라 환자에 대해서도 더 강력하게 처벌 할 수 있게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내용으로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의 집행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탈피해 해당 법규를 엄격하게 집행하도록 하고 의료법 20조는 삭제하는 방향으로 논의대해 한다”고 밝혔다.

20조 2항을 28주 이후로 개정하자 VS 20조를 완전히 삭제하자

이날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우선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부회장, 국립한경대학교 법학부 신동일 교수, 백인합동법률사무소 전병남 변호사 등은 20조 1항은 유지하며 2항을 임신 28주 이후에는 허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미 지난 7월 헌법에서 성감별을 허용해도 된다고 판결이 났다. 이에 28주 이후에 허용을 주장하는 토론자들은 지금은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변화에도 여전히 낙태가 성행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아가 자신이 원하는 성별이 아니라는 이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낙태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모자보건법상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 임신 28주 이후부터는 태아성감별 고지를 해도 된다는 의견이다.
 
이에 반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인 총무이사는 주제발제자인 신종철 교수의 의견인 20조를 완전 삭제하자고 말했다.

장석인 총무이사는 “헌법재판소의 기본적 취지는 존중한다. 그러나 성감별을 지나치게 금지하는 것이 문제”라며 “의료법 20조를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헌법재판소의 단순위헌결정과 같이 이 규정의 입법목적 자체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시기를 불문하고’ 태아성감별 및 고지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제도과 전병왕 과장은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 성감별 시기에 대해 논의한 적 없다"며 "태아 인권보호차원에서 24주나 28주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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