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숙씨.

얼마 전 인터넷을 뒤적이다 ‘디자인 서울 마법이 시작된다’라는 글귀를 발견했다. 정말 이상적이고 꿈에 그리는 미래의 도시를 건설하려나 보다. 그 안을 들여다 보니, 서울시는 SOFT SEOUL이라는 디자인 서울의 비전아래, 자연성에 기초하고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서울의 도시경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다.

‘천혜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살린 건강한 생태도시’,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에 맥이 닿아 있는 품격있는 문화도시’, ‘세계 첨단의 IT인프라를 활용한 역동적인 첨단도시’, ‘수준높은 교육을 받은 천만 시민에 의한 지식기반의 세계도시’가 바로 디자인 서울의 비전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어서 빨리 그런 도시가 건설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은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 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당장의 육감으로 느끼는 즐거움보다는 사람중심의 인간친화적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직업 특성상 출장이 잦고 또한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늘 지하철역을 자주 애용하는 나로서는 지하철역내 시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강남이나 용산과 같은 일부 부유층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지하철역의 시설을 들여다보면, 대리석에 에스컬레이터에 엘리베이터 등 모든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가 하면, 변두리 지하철역을 가보면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는 고사하고 역사 내에 앉아서 쉴 의자조차도 없는 곳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정된 곳에만 설치되어 있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또 다른 이동이 요구된다.

지하철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휠체어리프트는 리프트 사용자가 우선 휠체어를 리프트 안에 밀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두 번째로 천천히 움직이는 리프트와 함께 들려오는 기나긴 요란한 음악소리에 수치심이 절로 들 것이며, 그 오르내리는 시간이 마치 몇 시간처럼 느껴지리라.

도심 속 오래된 건물 속에 들어서 있는 업체들은 턱이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중증 하지 장애인은 고용할 수 없다고 하고,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은 죽음을 무릎 쓰고 아스팔트 위를 달리고 있다.

이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목격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고 단순히 가련하기만 한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나의 일이고 나의 가족의 일이고 나의 이웃의 일이다. 전체 장애인구의 90% 이상이 후천적 장애를 입는다. 산재가 될 수도 있고 교통사고가 될 수도 있고 안전사고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보통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장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제 막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당장 내년 4월이면 상시근로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법에 따른 고용영역 전반에 걸쳐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가 발생하게 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오는 2013년이면 30인 이상 사업장까지 그 의무가 부과된다.

또한 당장 내년부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고용률 2%에서 3%로 상향조정됨에 따라 정부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는 머지않아 민간기업체에도 3% 의무고용률이 부과될 것임을 암시한다.
 
올해 행정안전부에서는 중증장애인의 공직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최초로 중증장애인 공무원 특별채용을 추진한다. 중증장애인의 공직진출은 최근 4년간 채용된 장애인 구분 선발자 중에서 15%에 그친 수준이며, 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고용여건으로 인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결과 이에 법적 근거를 마련, 중증장애인의 공직 기회 확대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준 정책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공무원임용시험령 일부 개정령 입법예고를 통해 직업적 중증에 속하는 청각장애인들의 공직진출을 확대해 주기 위해 행정고시에 응시하는 청각장애인 영어점수 기준점을 토플의 경우 PBT 352점, CBT 131점, 텝스 375점, 토익 350점으로 정해서 이들의 공무원시험 응시기회를 보장해 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앞서 언급한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과 함께 당장 내년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채용공고에서부터 면접, 시험, 배치, 교육훈련, 임금, 복리후생, 승진, 정년·퇴직·해고에 이르기까지 고용전반에 걸쳐 사업주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의무가 발생하며, 만일 장애인차별로 판단되는 경우엔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게 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엔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을 받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정부만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고용평등을 이룰 수 없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 장애인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보다는 직무상 기능적 장애유무 중심의 패러다임이 우선시되는 유연한 고용정책이야 말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장애인 고용에 대한 비전이 아닐까 싶다.

환경친화적인 디자인 이전에 인간친화적인 사회를 디자인할 수 있도록 주변의 소소한 것이라도 과감히 바꿔나가는 것은 어떨까?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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