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 복판 광화문에 장애인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몇년새 부쩍 늘어난 현상이다. 올해도 수많은 장애인단체의 집회와 시위가 광화문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다. 과거 주변부에 맴돌던 장애인들의 ‘변방의식’이 완전히 탈색된 분위기다. 자신들의 주의주장이 그만큼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얻으면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한복판 광화문이 장애인들의 단골집회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따라 장애인 의식도 주체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월 26일 광화문 네거리.

제1회 전국장애인대회에 참가한 전국의 500여 장애인들이 ‘장애인차별철폐’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었다.

정부가 제정한 공식적인 법정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한 장애인들은 광화문에서 서울시청까지 4차선 도로에서 ‘장애인권은 없다’는 피켓을 들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일순 광화문 일대의 교통이 마비되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이렇게 장애인이 많아?”, “복잡한 광화문까지 장애인들이 왜 나왔지?”하고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장애인들을 주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월 9일.
이번에는 청각장애인들이 광화문에 모여들었다. 생존권 확보와 도로교통법, 선거법, 방송법 등 청각장애인들을 차별하는 각종 법 개정 등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 된 자리. 

이날 집회를 주최한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한 청각장애인이 불법노점 벌금 7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은 우리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청각장애인들의 열악한 환경을 알리며, 동참을 호소했다.

지난 13일에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는 거리 행진이 광화문 네거리에서 진행됐다. 이날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다”며 자신들의 요구를 외치며 활동보조인과 함께 광화문 거리를 수놓았다.

4월 15일. 장애아동 부모까지 동참한 장애인교육권 쟁취 집회가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졌다.부모들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받는 아이들의 인권과 권리를 찾기 위해 광화문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박경석 위원장은 “광화문은 중앙정부청사가 위치해 있는 서울의 핵심적인 곳으로 정부를 향한 우리의 외침을 분명히 들으라는 의미에서 투쟁 장소로 많이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광화문은 ‘장애인운동’의 성지가 되어 가고 있다. 장애인들의 주장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인 광화문.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울려 퍼지는 장애인들의 당당한 외침을 사회와 정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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