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광 현(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서비스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은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면에서는 과연 그런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욕구가 기름이라고 가정한다면 물인 서비스가 서로 융합하여 하나의 멋진 인간의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에 서비스의 전문화를 위한 활동을 한다고 할지라도 이용자 삶의 욕구에 근거한 통합적인 접근이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물과 기름이 평행적인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뇌성마비 장애인의 수기를 접할 수 있어 더욱 그러한 감정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은 인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리도, 입도 자유롭지 않지만 자신은 인형이 아니며, 위대한 생명이 숨 쉬는 장애라는 자기부정의 알을 깨고 나와 탈 시설화, 복지운동, 배움, 사랑, 자립, 육아, 갈등 과정 등을 통해 인형이 아니라,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한사람으로서의 60년간의 삶을 담은 편지, 일기와 에세이를 꿰어 엮어 책을 낸 것이다.

그녀는 1945년 피난처인 일본 사이타마시에서 태어나 스무 살 때 시설에 입소. 비인간적인 시설의 처우에 분노를 느껴, 1년 9개월간 도쿄도청 앞에서 농성을 했고, 그 후 지역사회로 나왔다. 시설에 있을 동안 자원봉사자로 도운 분과 결혼해 자립생활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달팽이모임을 만들고, 달팽이의 집 문을 열어 다른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을 시작한다.

지금까지 100여 명의 장애인들이 달팽이의 집에서 자립을 연습하고 지역사회로 나갔다. 그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를 상대로 목숨을 건 교섭을 계속해 왔다. 27년 전에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딸을 출산. 일관된 신념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교육 시켰다. 2005년 환갑을 맞이했지만 더욱더, 장애인이 당연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권리를 찾고 지키기 위한 싸움을, 이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60여 년간을 되돌아보며 원고를 쓰고, 전에 써두었던 문장과 새롭게 쓸 문장을 생각하면서 그녀의 삶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즉 어머니에게 업혀 처음으로 마을축제를 구경 갔던 일, 아침 산보를 하다가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울었던 일, 시설에 들어가 울며 지새우던 날들, 내 인생이 종이 한 장으로 좌우되는 걸 보며 ‘나는 인간이라고 의식’하게 되었던 일, 그리고 목숨을 걸고 싸우던 투쟁, 염원이었던 출산, 육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딸과 놀아주던 즐거움, 딸이 품을 떠날 때의 외로움, 장애인 한사람, 한사람이 지역에서 자립해서 살게 되는 기쁨,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부 남편과 활동보조인들, 지역의 여러분들이 뒷받침해 주셨기 때문이며, 그랬기에 지금 그녀의 인생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는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말하는 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 한 사람이 침대에서만 누워 지내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힘을 빌려 인간으로서의 생활을 실현해 왔다는 것을 이 세상의 모든 분들께 알려 드리고 싶었고,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이 시설 밖에 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여 왔던 것을 활동보조가 보장되고 지역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다면,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또 많은 장애인들이 읽고 더 많이 자립생활에 도전하며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삶을 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 보다 더 사회가 우리들을 이해해 주고, 정부의 복지 정책과 복지 서비스가 의식이 바뀌어 하루라도 빨리 제도를 확립시켜서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복지사회를 실현해 주기 바라며 책을 펴낸다고 한다. 

자기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까 죽어버리는 게 났다고 생각하며 살던 자기부정의 세월 20년. 그 자기부정으로부터 나는 살아도 되는 존재라고 자기긍정을 하게 되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지금 그녀는 이상할 정도로 자기부정의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언제부터인지 자신을 새로 짜 나가는 명주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없다면 이 세상은 더욱더 살벌할 것이며, 배려도 할 줄 모르는 모순투성이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세상의 사막 한가운데 핀 꽃 한 송이, 오아시스처럼 자신들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자신은 인형이 아니라고 외치며 목숨을 걸고 활동을 하여 여기 까지 왔다고 한다. 그녀는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지금처럼 행복한 삶을 누릴 수는 없었으리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행복 한 삶들과 더불어 가며, 옆에서 지켜보는 복지서비스가 되었으면 한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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