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개정의료법이 위헌소송과 관련해 시각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피부미용사’ 제도시행을 앞두고 시각장애인들의 반발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급기야 시각장애인안마사 30여명이 지하철2호선 잠실철교를 점거하고 차량폭파, 한강투신 등 극단적인 시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위로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인안마사 2명은 일반 교통방해, 집시법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이들은 한강투신과 차량폭파에 이어 지하철 투신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안마업권 수호를 위해 ‘목숨 건’ 이유는 무엇일까.

‘전신마사지’ 허용 땐 합헌 판결도 의미없다

시각장애인안마사들은 복지부에 ▲마사지 등 안마전물 술어 사용을 금지하고 대체용어 사용할 것 ▲피부미용사 화장방법의 종류를 제한할 것 ▲무자격 안마행위 처벌 법률을 보완할 것 ▲피부미용사 업무의 신체 범위를 명확히 제한할 것 등 ‘피부미용사’ 제도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피부미용사제도 시행을 앞두고 시각장애안마사들은 복지부앞에서 단식농성과 집회시위를 계속해왔다.

이들이 요구하는 사항의 핵심은 피부미용사 제도를 살펴봤을 때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된 안마사제도와 용어, 업무행위 등에서 유사한 측면을 상당수 찾을 수 있어 이는 바로 안마업권의 침해로 이어져 사실상 비장애인에게도 안마를 허용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다음 달 시행을 앞두고 있는 피부미용사 국가자격시험의 업무범위가 전신으로 허용한 제도 그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송이 합헌판결이 나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피부는 얼굴피부와 손 피부로만 한정할 수 없으며 피부 노출 및 외모의 범위가 시대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다르며 피부미용 신체범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얼굴과 손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3일 대한안마사협회 측에 보내, 시각장애인안마사측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법 안마업 난립 생업위협, 처벌기준도 미비

피부미용사제도 시행논란을 제처 두고라도 시각장애인 안마업권은 복지부의 단속ㆍ처벌이 미약한 틈을 타 스포츠 마사지업소, 경락안마 피부미용실 등 불법 안마시술소가 난립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시각장애인안마사들의 생업은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피부미용사에게 전신관리를 허용할 경우, 불법안마업이 더욱 성행할 것이 자명해 생존권 위협의 문제로 여겨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안마업을 관리감독하는 복지부의 소극적인 집행태도도 불법안마업의 난립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현행법이 가지는 한계성도 문제로 대두된다. 이는 의료법 제88조에 무자격안마행위처벌조항이 존재하나 현행 법률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안마를 한 경우 처벌한다’는 모호한 기준규정을 두고 있어 실제로 불법행위를 적발해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한계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직업 대안모색...정부의 정책뒷받침 뒤따라야

서울 신교동에 위치한 서울국립맹학교(교장 이석진)는 2004년부터 고등부에 이료재활과정반 외에 대학진학에 중점을 둔 인문반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 13개 맹학교의 교육과정은 지자체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서울국립맹학교는 고등부 2학년에서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인문반과 이료재활과정반으로 나뉜다.

인문반은 일반 비장애 학교와 동일한 국민공통기본교과와 선택교과수업으로 이뤄지며 이료반은 안마ㆍ마사지ㆍ지압을 비롯해 해부ㆍ생리, 전기치료 등 10개의 이료수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인문반과 이료재활과정의 학생비율은 거의 반반이다. 서울 맹학교 박윤규 교무부장(사회교과담당)은 “꼭 안마업이 아닌 다른 진로의 모색을 돕고 학생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인문반 개설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박 교사는 “인문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차후 진로 등 인문반 개설에 대한 효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부 이료교과 담당 황승만 교사는 현재 안마사 사태에 대해 안마업권이 점차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황 교사는 “비장애인들과의 경쟁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안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고, 안마업에 대한 의료보험 수가적용이나 헬스키퍼와 같이 정부정책이 뒷받침 된다면 그로써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에 안마업 허용 전에 실질적 대안마련 선행돼야

안마업에 대한 논란은 시각장애학생들에게는 곧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고있다.

지난 6월 시각장애인들의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점거시위에도 참가했던 국립맹학교의 고3 재학생 이명국(19, 시각장애1급)군은 심리상담사를 꿈꾼다. “중도장애를 입었지만 이료과정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다며 안마업에 대해 자부심을 내보인 이군은 자율적 선택으로 이료과정 교육을 받지만 학생들 대부분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군은 “언젠가는 일반인에게도 안마업이 허용될 날이 오겠죠, 다만 현실적인 대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내몰리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마업의 생존 대안으로 우선 일반인들의 안마업에 대한 인식개선을 꼽았다. 이군은 “안마업이 불법ㆍ퇴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며 학생들은 경제적 보수가 적더라도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크린안마센터’나 기업체 소속된 ‘헬스키퍼’를 선호한다고 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 이군은 안마와 심리상담사를 겸한 직업을 갖고 싶다며 일반전형으로 심리학과에 입시지원을 했다. 그는 “대학에서부터 시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선발하는 개방성을 지녀야 한다고”고 의견을 밝혔다.

장경민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