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라는 긴 이름을 달고 시설생활 장애인들의 인권개선 투쟁현장에서 늘 장애인들과 함께하며 장애인 인권 구제에 앞장서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하 활동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들이 얼마 전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안다. 탈시설 관련인가.
-그렇다. 헌데 미국은 현재 발달장애인들이나 정신장애인들만이 대형시설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연수한 내용도 주로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화(탈시설화)를 위한 정책, 서비스, 판례, 복지전달체계 등이었다.
연수내용을 몇 가지로 요약한다면.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첫번째로 미국에는 발달장애인지원법이 별도로 제정돼 있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의무적으로 이행하게 하고 있다. 먼저 발달장애인위원회가 의무 구성된다. 발달장애인당사자와 가족이 60%이상 위원으로 참여해 위원회를 구성하며 위원회는 단순히 권고 기능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주의 발달장애인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의무이행 두 번째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연구기관으로(주로 주립대학이 그 역할을 한다) 주정부가 이를 지원하며 보조공학, 탈시설-지역사회화를 위한 정책연구, 그밖에 발달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세 번째는 시설학대조사단(Protection and Advocacy (P&A) 시스템)으로 시설학대조사단은 연방정부에 3개의 기관을 지정해 (주정부가 직접 이행하기도 함), 시설안에서의 각종 학대, 방임 사건을 조사하고, 그 시설의 감독을 맡고 있는 지방정부까지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두 번째로 공적인 사정체계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정보제공을 주정부가 의무적으로 하고 있으며, 세 번 째는 최근 당사자가 서비스 이용을 자기의 선택에 따라 옮기면 그에 대한 지원금도 그 당사자를 쫒는다는 개념으로 정부는 이것으로 서비스기관의 시장경쟁을 높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탈 시설 모델로는 어떤 것들이 논의되어지고 있나.
먼저, 탈시설의 형태를 어디서 어디까지 볼 것인가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데 현재 한국의 경우 서비스이용자의 인원수 대비로 살펴보면,시설수용이 95%, 지역사회주거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5%정도로 보고있다. 즉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이 시설수용이 되어 있는 상태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탈시설 모델은 주로 그룹홈(교육형, 거주형 자립형)이 있고,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이 있는데 이는 완전자립을 하기 전의 중간단계형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룹홈도 시설이고 체험홈도 단기간밖에 이용할 수 없으니, 각자가 필요한 주거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노숙인의 경우 자활의 집 이라하여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독거형 집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 자활의집에 사는 사람들은 4년동안 공공주거서비스 대상에 포함될수 있도록 노력하거나, 4년동안 준비를 하여 지역사회내 자립하게 하는 형태이다. 또한 주택공사가 매입한 다가구주택에 노숙인들이 거주하는 경우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경우는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산다고 했을 때 제공되는 것이 없어서 최근 장애계는 ‘자립주택’제공을 서울시에 요구한 바 있다. 외국의 경우 독신형 아파트에 자립해서 사는 경우, 살던 자립홈을 본인에게 양도해서 자립홈이 본인의 자립주택이 되는 경우’, 또는 다가구주택 등에 공동주택형태로 사는 경우들이 있다. 다만 탈시설모델이라는 것이 주거권 말고도 다양한 내용이 있다.
사회복지시설 비리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복지시설이 정부지원금과 민간의 후원금으로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감독권이 허술 또는 형식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감독의 역할이 되지 못한다. 또한 실질적인 감독은 각 시군구가 진행 해야 하는데 해당 공무원들은 업무과중,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또 시설의 운영구조 자체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구조, 시설 자체내에서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전무한 상황 등이 이런 노골적인 비리조차도 막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운영자가 시설을 사적 재산으로 잘못 인식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법인이 시설주소지의 땅이나 건축물 일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전부에 대해 사적소유권과 운영의 자율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시설운영비의 90%가 정부지원금이며 10%미만이 후원금과 법인전입금인 점을 감안하면 억지 주장이다.
사회복지시설 비리는 장애인인권에 대한 무지에서 기인 돼는 바도 크다고 본다. 현재 장애인인권에 대한 인식정도는 어떻다고 보나?
2006년 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에 사회복지법인대표들과 시설장들이 모여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반대 집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시설장들은 ‘법이 개정되면 장애인을 길에 풀어놓겠다’는 등 망발을 서슴치 않았다. 시설 생활인들을 자기가 집에서 키우는 ‘개’처럼 표현하는 그 시설장의 모습과 이에 찬동하는 수백명의 시설장들의 모습을 보고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시설운영자 또는 사회복지법인 대표자들에게 사회복지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복지의 모든 권력은 이용자, 소비자에게 주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사회복지시설 비리를 근절하고 시설생활인들의 자립생활을 도모하는 일환으로 시설의 소규모화나 그룹홈 지원 등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미국 연수 때 60년 가까이 장애인부모운동을 해온 어떤 대표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 사람은 60년 부모운동과정에서 두 가지 절실하게 후회하는 일들이 있는데, 하나는 60~70년대 특수학교를 만든 일이며 또 하나는 중간단계형 시설을 만든 일이라고 했다.
즉 학교도 못 다니고 집에 방치되어 있던 60년대 상황에서는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부모들이 돈도 모으고, 정부에 요구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 분리교육정책의 대명사인 특수학교가 문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30인 규모의 시설도 500명씩 수용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여 중간 단계형을 만들었지만 30인이 살아도 시설은 시설인지라, 현재는 아무리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고 복지에 기생하고 있어서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선 한국에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잘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즉 시설문제의 대안이 소규모화와 그룹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중간단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십여년 후에는 또 후회할 꺼라는 이야기이다. 정부가 시설문제를 그대로 두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몇 년 후에 후회할 형태로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선 ‘탈시설과 자립생활형태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모든 주거서비스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해서 장애인스스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먼저, 복지권력을 가진 운영자집단이 조직화되어 대형시설을 그대로 유지 존속하기 위해서 정치계에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을 봤을 때, 시설당사자와 장애계가 단결하여 당사자의 인권보호와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투명한 시설운영을 위한 정책과 법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나 장차 탈시설 정책으로 변화시키고 위해 정부와 입법부에 압력을 행사해야 하므로 일단 힘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또 각 지역의 장애인자립생활단체들은 고립되어 있는 각 지역에 있는 시설장애인들과 만나고 연대하여 본인들의 인권의식을 고취시켜 줄 필요가 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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