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안은 열기로 가득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0:2로 밀리고 있는 상황.
우리나라 선수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2:2로 겨우 동점을 만든 것도 잠시, 일본이 한골을 더 추가했다. 결국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한 우리나라는 극적으로 4:3 역전승을 일구어낸다.

올해 초 토리노 통계 장애인올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맞붙은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손에 진땀을 쥐게 한 명승부로 남아있다.

동계장애인체육종목 중 스피드와 역동성을 갖춘 아이스슬레지하키는 아이스하키에 못지 않은 박진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진흥회

당시 아이스슬레지하키(일명 썰매하키)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선수들의 격렬한 몸싸움과 스피드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한ㆍ일전은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생각나게끔 했다.

이 대회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우리나라는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로 하고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파워플레이를 펼치는 배수진을 친 결과 4:3으로 역전승할 수 있었다”며 “‘수비를 완전히 비워두고 공격만 집중적으로 하자’는 작전을 세웠을 때 ‘과연 해낼 수 있을까’하는 염려는 이내 동료선수들의 강한 눈빛에서 사라졌다”고 당시의 경기상황을 떠올렸다.

팀플레이 스포츠가 그렇듯 아이스슬레지하키에서도 상대편 공격의 흐름을 끊기 위해 거친 몸싸움은 필수다. ‘상대편에서 가장 공격적인 선수의 흐름을 끊자’는 사인을 보내고, 이 작전이 맞아떨어지면서 상대편의 공격이 저지됐을 때 팀워크의 묘미와 스포츠의 쾌감은 온몸을 전율케 한다.

스릴과 작전 속 경기장 누비고

동정과 재활 속 사회로 나오고

역도 종목도 나름의 박진감을 가지고 있다.

몸싸움이나 스피드를 보여주는 경기는 아니지만 대신 3차시도까지 이어지는 선수들 사이의 눈치작전은 멋진 역전드라마를 연출한다.

2000년 시드니장애인올림픽 금메달 획득도 이란과의 박빙의 승부 끝에 얻어 낸 것.

1차 시도에서 우리나라 선수는 225kg, 이란선수는 215kg, 2차시도 역시 우리나라 선수는 230kg, 이란 선수는 227.5kg을 들어 올려 우리나라가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역도에서 승부는 이제부터. 이란 선수가 몸무게나 낮아 일단 유리한 상황. 자칫하면 금메달을 놓칠 수도 있다.

3차시도에서 우리나라가 235kg을 신청한 것을 본 이란 측이 240kg을 신청, 이대로 가면 역전도 가능한 상황. 이때부터 고도의 눈치작전과 노하우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신청한 그램 수는 3번까지 바꿀 기회가 주어진다.

이란 선수를 따라 바로 240kg이상을 신청할 것인가, 좀더 지켜볼 것인가. 대개 240kg 이상은 버거운 무게로, 우리가 그램 수를 높이지 않으면 상대편에서도 기록을 낮출 확률이 높다는 코치의 노하우에 따라 상대편의 움직임을 기다렸다.

역시나 이란선수는 잠시 뒤 237.5kg으로 낮췄다. 이때 재빨리 우리나라가 240kg을 신청하자 이란 선수도 다시 242.5kg으로 높여 신청했다. 이제 이란은 기록 신청 3번의 기회를 모두 다 쓴 상황. 이 같이 상대편의 전략을 탐색하는 작전도 비장애인 스포츠 못지않은 스릴과 흥미를 가지고 있다.

장애인휠체어농구 김지남 선수는 “농구, 아이스슬레지하키 등을 시작할 때 재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애초 스포츠로 생각하고 대표선수가 될 꿈을 가지고 시작하는데 이후에 주변의 인식이나 환경이 스포츠가 아닌 재활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또 “국제대회에 출전해서 해외의 많은 관중과 환호 속에 경기를 치르고 비행기를 탈 때까지는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선수로의 위상과 자부심을 가득 품고 돌아오지만 우리나라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런 감정은 모두 사라진다”며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의 ‘환영사’ ‘축사’를 듣노라면 국가대표선수가 아닌 재활의지를 불사른 한 장애인으로 전락해져 있음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나 국민들의 인식 아니겠느냐”며 “장애인 체육선수들은 장애를 극복한 이에게 보내는 동정의 눈빛이 아닌 한 스포츠인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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