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정선의원이 사회복지시설 내 장애인의 사망률을 제시하며, 시설장애인의 인권탄압실태를 고발한 이후 장애인계에 일파만파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시설장애인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일어나는 비참한 실태를 실랄하게 드러낸 바 있다.

소리 없이 장애인 죽어나가는 장애인생활시설

이날 이 의원은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에게 “장애와 사망이 연관이 있느냐고”고 질의했고 이에 전 장관은 “일정부분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잘못 알고 있다”며 “연관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시설내의 장애인 사망과 관련한 자료들을 제시했다.

이의원이 제시한 복지부 장애인 생활시설 입소 및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 215명, 2004년 203명, 2005년 219명, 2006년 246명, 2007년 236명으로 5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에서 1,119명의 장애인이 사망했다. 이 중 연령대별로 18세 미만은 207명으로 이는 동 연령대에 배해 28배나 높은 수치다.

사망사유별로는 심폐기능정지 등이 24.9%인 279명, 질식 및 호흡곤란 등이 13.9%인 155명 그리고 폐렴이 11.8%인 132명 순이며, 기타사유가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가 550명으로 전체사망자수의 49.2%를 차지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고, 지체장애가 26.5%인 297명 그리고 뇌병변장애가 15.4%인 17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장애와 사망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장애인 생활시설 내에서의 사망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시설 중심으로 전면 실태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고 시설 입소 중심인 기존의 장애인 생활시설 지원정책 패러다임을 전격적으로 바꿔야 할 시기”라고 전 장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전 장관은 314개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한데 이어 “인권침해를 하는 시설도 있겠지만, 잘하고 있는 시설까지 전체적으로 폄하되는 일 없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애단체, 단기처방식 아닌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통합사회정책 필요

이정선 의원의 장애인시설고발과 관련한 자료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장애인계에서는 정부의 반인권적 장애인시설정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탈시설 정책을 추구하지 않는 한 당국도 간접살인과 인권유린의 동조자 내지 지원자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정책을 비난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도 성명서를 내어 “장애인의 삶을 자신들의 부의 축적 대상으로 여기며 ‘사육과 감시’에만 골몰하는 파렴치한 시설장들, 이들과 결탁해 부정부패를 눈감아준 일부 몰지각한 복지담당 공무원들, 알량한 지식으로 국가의 장애인 정책을 생활시설로의 집단수용을 부추긴 소위 장애 전문가들에게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동조했다.

한국DPI는 전 장관의 ‘잘 하고 있는 시설’ 발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DPI는 “생활시설 내의 폭력과 착취, 성폭행 등으로 수많은 장애인들이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졌다”며 “여전히 정부는 잘하고 있는 시설의 폄하, 피해 운운하면서 시설정책에 대한 장애인당사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여전히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역할은 시설 전수조사 등 단기 처방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수용정책을 버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통합사회정책으로 기본정책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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