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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의적인 모금회의 '법대로 정신'
정외택 기자 | 승인 2005.04.19 14:53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자체회관용 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도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의 지시까지 사실상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 여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감사결과, 공동모금회는 정부가 허용한 금액보다 47억원 비싼 건물매입을 추진하면서 승인도 나기 전에 가계약을 맺은 것은 물론 '불허통보'에도 계약해지는커녕 건물을 사들이는 '배짱'을 보여줬다. 복지부의 지도·감독권을 아예 외면해버린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금회의 업무에 관하여 지도·감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나아가 복지부 장관은 모금회 운영이 잘못되었을 경우 시정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공동모금회는 이 같은 법규정을 무시하면서까지 건물매입을 강행, 결과적으로 모금운동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 문제가 맨 처음 불거질 당시 국민들의 들끓었던 비난여론은 "아무리 지정기탁이라지만 불우이웃돕기성금을 자체건물매입 비용으로 쓸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동모금회는 "대기업으로부터 지정기탁 받은 40억원을 환원하라"는 복지부의 조치에도 불응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기탁자와 합의아래 회관매입 성금으로 지정기탁 받았는데 이제 와서 환원하는 것은 오히려 기탁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법대로 따진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공동모금회법에는 기부금품의 기부자는 배분지역ㆍ배분대상자 또는 사용용도를 지정할 수 있으며 모금회는 그 지정취지에 따라 기부금품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동모금회가 복지부의 감사결과와 그에 따른 조치에 불응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정부가 220억원의 회관매입비용을 승인했으면 거기에 맞는 건물을 물색하고, 매입하면 될 일이었다. 47억원을 초과한 267억원의 건물을 매입하면서 '지정기탁'을 받고, 복지부의 매입 승인결정이 나기 전에 '가계약'을 맺고, '승인 불허'에도 계약을 해지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법으로 규정된 지도감독기관의 시정명령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쪽으로는 법을 무시하면서, 또 다른 한쪽으로는 법대로를 외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이지 않은가.

정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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