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4일 끝이 났다. 국감이 시작되면서 감사기관이나 피감사기관들이 모두 국민을 위해 책임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만큼 국민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고 난 지금 허무하기 그지없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는 쌀 직불금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국감의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쌀 직불금 파문으로 이봉화 차관이 사의를 했으며 쌀 직불금 불법 수령자로 추정되는 명단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20일 실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감은 끝내 파행되고 말았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지난여름 의료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면서 건강보험정책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더구나 올해 9월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약 1조 5천억 원의 흑자를 기록해 2004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누적으로 따지면 흑자규모는 2조 3천억이 넘는다. 그래서 이번 국감은 공단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보방안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번 국감은 쌀 직불금 문제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2번의 정회 끝에 파행됐다.

지난해 5월 15일 감사원은 건강보험공단에 100여만 명의 쌀 직불금 수령자의 명단을 건네면서 공무원 해당여부 확인을 요청했고 공단은 이를 확인해 감사원에 명단을 제출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감사원에 회신한 100여만 명의 신분과 직업이 적힌 명단 제출을 요구했지만 건강보험 공단의 실무자들은 자료를 폐기처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확인을 요구하자 정형근 이사장이 자료 보유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의무’ 등을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사생활 영역의 정보를 보호하고 공단에 대한 감사 목적에도 어긋난다고 정 이사장은 주장했다.

결국 변웅전 위원장의 중재로 쌀 직불금 명단을 개인신상자료를 제외하고 국회의원들에게만 열람하기로 합의했지만 정 이사장은 열람 직전 이를 거부했다. 이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정 이사장은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국감에 있어 국회의 자료요구와 피감기관의 자료제출은 기본이다.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피감기관의 자의적 해석으로 이를 거부한다면 국감은 3류 코미디가 될게 불을 보듯 뻔하다. 최소한의 합의까지 하고서도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정 이사장의 행동은 이해 할 수 없다.

결국 이번 국감에서 건강보험 공단은 보험 체납자 문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 내년도 수가협상에 대한 질의 등 반드시 다뤄져야 할 이슈들을 그대로 남겨둔 채 아무 성과도 없이 허무하게 끝이 나 버렸다.

도대체 건강보험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이슈는 어떻게 해결을 한다는 말인지 국민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더구나 올해는 누적흑자가 2조 3천억 원에 이른다. 국민들은 흑자액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는데 쓰이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까지 국감을 무산 시킨 정 이사장은 민간보험에서 노리고 있는 국민의 질병정보도 끝까지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산적한 건강보험공단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지 국민들에게 반드시 밝혀야 무산된 국감에 대한 일부의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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