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남부지사 윤보라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다. 점자의 날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점자 ‘훈맹정음’을 완성하여 반포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비장애인 중에는 점자의 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는 나도 ‘점자의 날’기념행사에 시각장애인 보행 도우미로 참여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올해 서울지역 점자의 날 기념행사는 지난 11월 1일 남산공원 백범광장에서 약 500명의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행사내용은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2인 1조가 되어 남산 산책로 등반, 점자퀴즈 풀기, 식사, 다채로운 게임 및 공연 등을 함께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나도 전맹 시각장애인과 한 팀이 되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2시간 여정의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점자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점자퀴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점자퀴즈 정답을 맞히는 팀에게는 따뜻한 커피, 시원한 식혜, 푸짐한 경품이 부상으로 제공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점자퀴즈를 푸는데 비장애인인 나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시각장애인이 모두 풀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점자로 이루어진 이상한 나라 점자세상에서는 비장애인인 내가 장애인이고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이었다. 커피라는 간단한 점자도 몰랐던 나는 그 날 내 짝이었던 시각장애인이 없었다면 모닝커피도 못 마실 뻔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시각장애인이 사진 찍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점이다.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시각장애인도,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고 자신이 찍힌 사진을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해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사진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처럼 비장애인은 무의식적으로 장애인에 대해 가지는 편견이 매우 많은 것 같다. 그 중에 가장 큰 편견은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르다’ 와 ‘장애인이 뭘 할 수 있을까’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장애인도 장애라는 불편함만 있을 뿐이지 비장애인과 동일하다는 점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근거 없는 편견에 사로잡혀 장애인의 능력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점자의 날인 오늘 하루 만이라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주위에 있는 장애인을 떠올려보며 우리가 은연중에 그들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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