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11월 셋째 주는 노동부가 정한 고령자고용 강조주간이다.
복지연합신문은 특집으로 고령자 고용 현황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은 각 노인복지관, 대한노인회, 시니어 클럽 등에서 여러 다양한 사업으로 펼쳐지고 있으나 적은 임금으로 생계형 일자리가 못 된다는 지적이다.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이라는 노동부의 슬로건이 현실에 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양시 호계동에 문을연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단. 동네 주민의 호응이 좋다.

 

지난 11월 3일 안양시 호계2동에 작은 국수집이 문을 열었다. 메뉴도 단출하고 착한 가격이다.

칼국수 4천원, 비빔국수, 잔치국수 2천원, 구운 계란 3개에 천원. 게다가 중국발 멜라닌 파동에 뒤숭숭한 음식업계를 뒤흔들 강력한 카드. ‘신선한 재료와 천연 조미료’만을 사용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가게홍보문구려니, 하다가 가게의 오픈된 주방을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분주히 몸을 놀린다.

이곳은 안양 시니어클럽이 마련한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장 국수 전문점 ‘잔치하는 날’이다.

가게 대금 보증금 700만원과 월세 40만원은 시니어클럽 운영비 + 법인 지원금으로 마련하고 인테리어비는 빚을 내어 오픈했다.

오픈된 주방에서 정신없이 몸을 놀리는 어르신들. 참여 노인 12명의 평균 연령은 70이다.

안양 시니어클럽 정미선 팀장은 “지난 8월말부터 아이템을 착안해 가게 물색, 계약, 사업 준비 등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양 시니어클럽 운영위원회인 안양시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시장조사와 상권분석조사를 도움 받고 M클래스 웨딩홀 관계자에게 서비스 교육 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장형 사업은 노인일자리 사업 유형 중 자립형이 가능하고 수익이 곧 노인 임금으로 이어져 잘만 운영된다면 가장 좋은 유형이다. 그러나 정 팀장이 사전 조사를 통해 기존 다른 지역 등의 시장형 사업을 모니터링 한 것에 따르면 열에 아홉은 정부 보조금 없이 수익과 인건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잔치하는 날의 경우 지난 2주일간의 시범사업 결과 손익분기점은 국수 100그릇이상을 팔아야 노인 인권비와 월세, 사업비 등이 나온다.

지난 2주간의 시범운영 결과 처음 칼국수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올렸다. 자문 위원이었던 소상공인지원센터에서 값을 좀 올릴 것을 주문받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일단 인근 도서관의 고정 이용 층과 주부들, 아이들, 어르신들이 잘 이용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으로 이윤이 많이 남아도 빚을 갚아야 하지만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남는 이윤을 어르신들에게 높은 임금으로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곳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은 총 12명으로 평균연령 70세이다.

참여자 어르신, 박달노(72), 이용휴(66), 판명숙(76), 이공이(70)씨 왼쪽부터

 
이중 11명이 여자고 1명이 남자다. 청일점으로 일하고 있는 이용휴(66, 호계동)씨는 이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주방일은 손도 대보지 않은 초짜다.

“농수산물시장에서 청과물도매업을 하다 그만두고 한 2년을 쉬었더니 무료해서 인근 복지센터에 가입하게 됐다. 그곳에서 이 사업을 알게 됐고 참여하게 됐는데, 늘 남이 해준 것을 만들어 먹다가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하게 되니 너무 즐겁다”

이 씨의 부인은 아직 이 씨가 주방 일을 하고 있다는 일을 모른다. 비밀로 한 이유를 물었더니 아직 일이 익숙지 않아서 어느 정도 숙달된 후 알릴 요량이란다.

국수를 먹으로 자녀 둘과 ‘잔치하는 날’을 찾은 주부 장영신(42, 호계동)씨는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 그는 주변에 보면 건강한 노인들이 많은데 일할 기회가 없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 씨는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옛 맛을 느낄 수 있는 국수집이 동네에 생겨서 너무 좋다. 가격도 저렴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곳이 많이 생겨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범운영 2주 합쳐서 이제 3주째 접어든 잔치하는 날, 참여 어르신들은 정신없다.


당분간 홀에서 매니저 일을 보고 있는 사회복지사 유성현(27, 안양시니어클럽)씨는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 어르신들이 현금영수증 발급, 카드결제 같은 일을 특히 어려워 하신다”며 “주문받고 요리부에 전달하는 소통도 아직은 원활하지 않다. 이런 부분은 차츰 시간이 지나 적응하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