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인 김영주씨 곁에는 활동보조인이자 근로지원인인 이상일씨가 상주해 이동지원, 서류업무등을 돕는다.

S보험사 5년차 경력의 김영주씨(지체1급, 36). 그가 회사로 출근해 퇴근하기까지 항상 곁에는 활동보조인이자 근로지원인인 이상일(남, 26)가 있다. 출퇴근 운전을 비롯해 휠체어 이동, 서류정리 등 이씨는 전신마비로 인해 움직임에 불편함을 겪는 김씨의 손발이 돼준다.

노동부가 근로지원인제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던 작년 9월부터 수행기관인 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이를 이용했다는 김씨는 “근로지원인제 이용으로 인해 활동보조인 비용의 자부담이 컸었는데 경제적으로 조금 안정됐다”며 “취업을 하게 되면서 활동보조인 업무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노동부는 2007년 활동보조인제 도입과 함께 중증장애인의 일할권리를 존중하고 개별적 지원으로 동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게 한다는 취지아래 근로지원인제를 1년동안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다. 이후 올해 9월 중순경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시범사업을 종료하자 이용자를 포함한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제도화를 촉구하며 반발해 내년 2월까지 5개월간 다시 시범사업으로 재게하기로 했다.

지원인 잦은이직, 장애인 근로의욕상실로 이어져
이상일씨는 김씨가 3번째로 고용한 근로지원인이다. 이씨는 “개인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일정 보수가 보장된다면 일자리로 나쁘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 10월부터 다시 재게된 근로지원인제는 제도의 지원인 임금을 최저임금수준의 월급제에서 시간당 6천원의 시급제로 바꾸어 현실적 단가를 책정하고자 시도했으나 사용자나 지원인 모두의 기대치에는 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원인의 낮은 임금은 사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씨의 경험에 의하면 지원인 업무의 특성상 심부름 형식의 지시를 내릴 때가 생기는데, 이때 오히려 사용자가 지원인에 맞추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이는 곧 두 사람 사이의 교감도를 떨어뜨려 지원인의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취업하기 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써 일할 수 있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를 돕는 지원인의 처우마저 열악하다면 이는 곧 장애인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활동보조와 구분, 양측 커뮤니케이션 교육 이뤄져야

지체장애 1급의 중증장애를 가진 김영주씨는 손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보조기구 없이는 업무처리가 어렵다.

김씨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필요한 시간에 따라 활동보조와 근로보조업무가 구분돼 지원되며, 중증장애인이 취업 뿐 아니라 창업까지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현재 근로지원인의 업무 범위는 장애유형에 따라 컴퓨터 활용, 근무시간 내 업무지원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그 구체적 범위는 주무관청인 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실사를 통해 세워진 업무계획에 따르게 돼있다.
 
김씨는 제도 시행에 있어 지원인의 전문성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그는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근로지원이 된다면 업무효율은 극대화 될 것”이라며 “활동보조영역과 근로지원영역은 구분되어지는 것이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활동보조나 근로지원인은 일의 특성상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고 밀착성이 높다. 이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 또한 사용자와 고용인 간의 정서나 성격 차에서 주로 기인한다.

김씨는 "지금의 활동보조나 근로지원인제도가 다소 피상적"이라며 “고용 전에 서로의 성향이나 성격을 알 수 있는 테스트와 같은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김씨는“이는 곧 지원인에게는 안정된 고용을, 사용자에게는 업무효율을 높이는 일”이라고 했다.

사회에 긍정적 파급효과, 경증장애인과 취약계층 고용에도 한 몫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시범사업에도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근로지원인 업무수립계획을 작성하고 파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사업담당자인 이정연씨는 “작년에는 주부나 고령자, 경증장애인 등 근로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근로지원인을 선발했다”며 “장애인들의 고용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올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체장애인들은 대부분 인터넷 등 컴퓨터 사용에 비교적 능숙한 편이라고 했다. 실제 김씨는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개설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사용자 위원회에서 칼럼을 연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활동보조제도로 인해 집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중증장애인들이 근로지원과 근무환경만 잘 조성된다면 진출 할 수 있는 분야는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는 “능력 있는 중증장애인들의 사회진출이 언론을 통해 알려질 때 많은 장애인들이 위안과 함께 일할 의욕을 얻게 된다”며 “같은 장애인들 뿐 아니라 실업 등으로 자신감이 낮아진 일반 사회구성원들에게도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등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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