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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방문목욕때 요양보호사 2명' 강제 못해"이성 요양보호사에 수치심 느껴 '1인 방문목욕'
박찬균 | 승인 2019.06.25 12:09

이성(異性)인 요양보호사의 방문 목욕을 수급자가 수치심을 이유로 거부한다면 행정 원칙보다 수급자 감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제주에 있는 한 요양 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요양 기관은 2012∼2015년 일부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들에게 두 명의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면서 '방문 목욕'은 수급자와 성별이 같은 요양보호사 한 명이 하게 했다. 해당 수급자들이나 수급자의 보호자들이 성별이 다른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의 몸을 씻는 것이 수치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규정과는 맞지 않는 일이었다. '장기요양급여의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의 산정기준'에 따르면 안전 등의 이유로 몸을 씻는 과정에는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요양보호사가 참여하게 돼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이 이 규정을 어긴 채 '1인 목욕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부당하다며 2016년 1980여만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1심에서는 이 규정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수급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무효라고 봤다.

요양보호사 1인이 몸을 씻어줘도 수급자의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충분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일률적으로 2인 이상이 몸을 씻도록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의 최소 침해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2심 역시 요양 기관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수급자가 합리적으로 반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행정적 규정의 예외로서 1인만 방문 목욕을 제공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특히 수급자들이 느끼는 '수치심'을 핵심 판단 요소로 삼았다. 재판부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할 책무를 부담하는 국가는 시민이 부당한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섬세하게 관련 법을 규정하고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수급자가 수치심 등을 이유로 한 명이 몸을 씻어달라는 의사를 표시하고, 그렇게 해도 수급자의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경우까지 2명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해서만 몸 씻기가 진행되도록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2심은 1심처럼 2인 방문 목욕을 의무화한 규정이 위헌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이 규정의 취지는 합리적이지만 수급자가 거부할 때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 헌법과 상위법령에 합치되도록 규정을 해석하면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단 측은 "보호자가 1인 목욕을 요청했다고 수급자 본인이 그런 뜻을 표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장기요양급여가 수급자 외 그 가족의 욕구와 선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공돼야 한다고 정한 점을 볼 때 보호자는 수급자가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특정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을 최대한 예측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보호자도 수급자의 수치심을 대신 표현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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