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12일 양일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서울노인복지센터 넝쿨극회 어르신 20명이 한여름밤의 꿈 연극을 올렸다. 사진제공/서울노인복지센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죠? 믿을 수 없어”

무대 위 허미어 역을 맡은 어르신 연극배우 김만복 씨가 악동 요정의 실수에 의해 사랑하는 연인 라이샌터가 핼래나를 사랑하자 절규하며 내뱉는 대사다.

그런데 이 연극 좀 이상하다. 양 옆 무대 커튼 뒤에서 대사를 읽어주기도 하고, 대사를 까먹은 배우에게 보다 못한 다른 배우가 무대 위에서 속삭인다. “야 네 차례잖아!!”.

치고나오는 타이밍 놓치기 일쑤, 손에 있는 컨닝페이퍼에 죽 쓰인 대본은 대놓고 읽는다. 객석을 가득 메운 동년배 친구들은 리액션에 적극적이다.

머뭇거리며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배우가 연기하자, 어느 객석에서 “뭘 어떻게 들어가야지~” 하며 소리친다.

대부분 초연인 어르신들의 연극은 어설펐지만 그들의 열정만큼은 톡톡히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지난 12일 불교역사기념관에서 펼쳐진 서울노인복지센터의 넝쿨극회 연극반 어르신 20여명의 공연 풍경이다. 세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을 각색한 연극은 단출한 소품과 소박한 의상에도 어르신배우의 열정이 녹아 있어 재미와 낭만을 선사했다.

관객 김형원(67)씨는 “친구들의 멋진 공연에 정말 감동받았다. 연습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재밌게 잘할지는 몰랐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을 올리기 위해 지난 5월부터 바쁘게 움직인 강경선 사회복지사는 “기존에 센터 내 연극반이 있었는데 이번처럼 크게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전문 강사님을 지원받아 본격적으로 연습하게 된 후부터였다”며 “연기를 처음 해본 어르신이 많아 대사암기나 세부적인 연기지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가하시는 어르신들이 워낙 즐거워하시고 적극적으로 연습에 임하셨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이흥수씨(오른쪽 말분장)는 아마츄어연극반으로 몇번의 무대경험이 있어 다른 배우들보다 돋보인 연기를 펼쳤다.

 

연극에서 보틈 역으로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줬던 이흥수 씨는 “박향숙 연출가님이 큰 고생하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며 “함께 연극을 준비한 사람들과도 친해지는 기회도 되고 무대에 서는 큰 경험을 하게 되서 너무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아동 노인 장애인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내년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에 걸쳐 사회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예술 강사 지원 사업을 펼친다.

신청은 11월 5일부터 19일까지 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접수가능하다. 기관수요 및 예산규모에 따라 지원규모가 다르지만 아동은 약 550여개반과 노인 75개 기관, 장애인 30여개 기관이 선정돼 지원될 예정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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