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들의 문해교육과 검정고시를 도와온 노들 장애인야학은 장애인 야학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난 3일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학(노들야학)은 ‘학생의 날’ 기념행사로 시끌벅적하다. 행사를 위해 모인 ‘불수레반’ 교실은 휠체어를 탄 학생들로 들어차 발 디딜 틈 없지만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교사들과 학생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4년째 노들야학에 다니고 있는 배덕민(42)씨에게 노들야학은 조금 더 특별한 공간이다. 야학 수학 전에는 특수교육을 비롯한 공고육의 경험이 전무 했다는 배씨는 노들야학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사이버대학에 입학하는 꿈을 키우고, 이곳에서 만난 최미은(45)씨와 지난 9월 백년가약을 맺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소극적이었던 성격도 많이 활발해 졌다는 배씨는 “(야학이)교육이전에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유일한 곳이며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씨는 휠체어를 타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수업 받을 수 있는 ‘드넓은’ 공간이 절실하다고 했다. 한 300평쯤.

공교육의 사각지대...장애성인교육은 뒷전
장애인교육 관련단체는 장애성인의 45%정도가 무학이나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취학 기 장애인들은 미약한 관련법규와 낮은 장애인식으로 인해 입학을 거부당하거나 입학했다 하더라도 수업에서 배제되는 등 공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교육권을 박탈당한 채 성인이 된 이들의 유일한 교육기관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민간장애인교육시설인 야간학교(야학)다.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두 차례 철거위기를 딛고 지난 1일 개교 27주년을 맞이한 인천 ‘작은자 야학’은 여전히 교육공간 부족과 어려운 재정난을 토로한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에 등록된 장애인야학은 약 22개정도이나 전국적 야학시설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는 정부나 민간차원 어디에서도 이뤄진바 없다.

지난 2007년 5월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장애인 교육법)’에 장애성인의 계속적인 교육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일반 평생교육시설 및 평생교육단체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과정을 개설 운영하도록 하고(33조), 학령기를 놓친 장애성인들을 위해 일반 평생교육시설과는 별도로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34조) 장애성인의 교육권에 대한 법적근거는 마련됐으나 구체적 시행령ㆍ규칙은 만들어 지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12년 ‘제3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에서도 장애성인의 교육지원은 2010년 이후로 미뤄진 채 구체적 지원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교사들과 학생들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기념식을 갖고 있다.

 

안정적 공간 마련 절실, 인력지원으로 교육의 질 담보해야
노들야학은 93년부터 서울광진구에 위치한 정립회관에서 14년간 무상임대형식으로 야학을 진행해 오다 지난해 정립회관이 공간부족 등을 이유로 ‘퇴거’를 통보하자,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겨울 속 천막 수업을 진행했었다. 서울시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이뤄지는 야학재정으로는 서울시내에 교육공간을 마련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현재 노들야학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학생들의 이동지원비, 임대료, 교구, 교재비용 등의 명목으로 연간 8천만원을 지원받고 있으나 건물관리비와 임대료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운전담당, 사무국장을 포함한 8명의 상근인력 인건비는 야학이 정규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원 항목에서 제외돼 전적으로 단체나 개인의 후원에 의지해야 한다.

노들야학 박경석 교장은 야학운영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안정적 교육공간의 확보”라고 강조했다. 임대료의 일부만 지원하는 지금의 형태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것이다.

제공/노들장애인야간학교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의 통로, 전문적 재원 및 지원 필요
자립생활로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이동권 투쟁의 산물로 예전에 비해 비교적 많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장애인들의 교육욕구도 높아졌으나 이 들의 수요를 감당할 교육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장애인교육주체들은 현재의 장애인야학 등 민간 수준의 장애인교육시설에 대한 전면실태조사를 통해 현실적인 시설ㆍ설비기준 마련과 통학비 지원, 특수교육보조원 등의 보조인력 제공, 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들에 교육홍보계획 마련 등을 요구해오고 있다.

장애인에게 있어 교육은 주체성을 확립하고 자립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박 교장은 “교육받는 자체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환경을 스스로 바꾸어 나가는 주체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노들야학 안소진 교사는 “(장애인이)제대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교육하고 같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학생 대다수가 장애와 성인이란 이중굴레에 갇혀 살아와 한글을 깨우치기에도 2~3년 혹은 그이상이 걸리기도 하지만 교사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안 교사는 “학령기를 넘기거나,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 등 다양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야학이라 이들의 장애의 종류, 교육의 경험에 따른 전문적인 재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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