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 많은 장애인들은 정부에서 주최하는 공식적인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으로 향한 반면, 일부 장애인들은  마포 공덕동 로터리에서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치며 8시간동안 경찰과의 긴 사투를 벌였다. 

21일 오전 9시 현재  420공동투쟁단 도경만 공동집행위원장이 용산경찰서로 연행되는 등 영등포, 마포, 구로, 용산, 강서 등 5개 경찰서에 80여 장애인들이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420공동투쟁단은 20일 오후1시 30분부터 공덕동 로터리에서 장애인차별철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최경훈기자>

4월 20일 마포대교에서의 긴 사투를 벌인 420공동투쟁단은 여의도 국민일보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갖고, "연행된 장애인 석방'을 촉구했다. 

20일 오후 1시30분부터 시작된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를 위해 공덕동 로터리에 모인 약 1천 여명 가량의 공동투쟁단은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420공동투쟁단 박영희 공동대표는 "내가 사회로 나온 지 4년, 사회가 바뀌고 정부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장애인들을 향한 차별은 여전하다"며 "오늘 장애인의 투쟁의지를 세상에 보여주자"며 결의를 다졌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곽정숙 대표는 "오늘 국회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국회 발의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며 "하루 빨리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장애인의 날인 오늘은 기쁜 날인 동시에 불행한 날"이라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당선이 되고 난 후에는 말을 바꾸고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 회장은 이어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해 장차법 제정, 선거법 개정, 영화진흥법 개정 등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며 "오늘 우리의 의지를 정부에 확실히 보여주자"고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결의대회를 마친 420공동투쟁단은 도로를 점거, 여의도 국회를 향해 가두행진을 진행했다.<사진 최경훈 기자>

결의대회를 마친 420공동투쟁단은 오후 4시 국회를 향해 가두행진을 시작했다. 초반에 공덕동 로터리에서 마포대교 방면으로 2차선만을 확보하고 행진하던 420공동투쟁단은 마포대교에 들어서기 직전,  4차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찰과의 몸싸움이 시작됐다.

거리 집회는 최근 변승일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투쟁의 가속도를 붙여가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적극 동참, 국회방면 차선을 모두 점거한 채 행진을 계속했다.  

투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420공동투쟁단은 약 한 시간 가량 마포대교 대교 양 방면 차선을 모두 점거, 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마포대교 점거에 들어갔다.

가두행진을 하면서 경찰과의 마찰로 전동휠체어가 넘어지는 등 얼굴이 긁히거나 피가 나는 장애인도 눈에 띄었다.<사진 최경훈 기자>

버스를 이용하던 시민들은 결국 버스에서 내려 마포대표 옆의 인도를 이용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린 시민들은 "언론에서 오늘이 장애인이 날이라고 해서 알게됐다"며 "이렇게 많은 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걸보고 놀랐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야 해서 불편하게 됐지만 자신들의 차별에 대해 주장하는 장애인들이 어느 정도 수긍은 간다"고 말했다. 

경찰은 420공동투쟁단이 마포대교 양방향을 점거하고 투쟁의지를 불태우던 약 40여분 뒤 시위대 앞에 있던 장애인 6명을 시작으로 연행에 들어갔다.

이에 반발해 한 청각장애인이 한강으로 투신을 시도했으나 경찰이 즉각 저지했다.

경찰의 연행으로 대오가 대폭 준 420공동투쟁단은 마포대교를 건너 밤 9시 30분경 국민일보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갖고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의 불타는 투쟁의지를 가슴속 깊이 간직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마무리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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