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실로암 안마센터’에서 안마사로 일하고 있는 임영희(37,시각1급)는 ‘하루가 즐겁다’며 활짝 웃었다. 임씨는 “무엇보다도 달라진 날 대하는 손님들의 태도에서 자부심과 함께 안정감을 느낀다”고 했다.

임씨는 요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일해 오다 올 7월 이곳 안마센터에 안마사로 채용됐다. 한 아이를 둔 임씨에게 이곳 안마센터는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임씨는 “그(시술소)곳에서 일할 때는 손님이 오는 시간에 따라 밤을 새는 경우도 많아 힘들었다”며 “손님들이 모두 남성인 특성상 항상 긴장하며 일했다. 하지만 이곳으로 옮긴 후 의료행위를 한다는 기분이 들어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의 근로사업장의 하나인 ‘실로암 안마센터’는 2005년 4월 안마에 대한 인식개선과 지역주민 친화적 사업의 일환으로 개소했다. 현재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창출 사업과 연계해 10여명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주5일 2교대 근무로 일한다.

주민친화적...의료서비스로 인정받길
이곳 안마센터의 윤재훈 원장은 “(안마는) 전문성을 띤 의료서비스임에도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확산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홍보 차원에서 인근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낮은 가격으로 안마행위를 했던 개소 초기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 등지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알려졌다.

깔끔하게 정리된 안마센터 내부 풍경은 사뭇 색다르다. 중년의 여성들과 젊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익숙한 듯 예약시간을 확인하고 해당 안마사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발 마사지를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찾는 발길에는 간혹 20~30대의 젊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오경희 사회복지사는 “처음에는 전단지, 인터넷 등을 통해 가족친화적이고 건전함을 홍보하는데 주력했고 이제는 중년의 주부들과 젊은 직장인 들이 주로 찾아온다. 효과를 본 고객들이 계속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씨도 “단순한 서비스의 개념에서 벗어나 치료행위에 집중하게 되면서 전문성을 키울 필요성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계속적인 노력과 공부를 통해서 실력을 쌓는 것이 의료행위로 인정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퇴폐이미지 벗고...의료보험 적용 등 실질적 대안 필요
시각장애인에만 안마사자격을 주도록 한 옛 의료법 조항이 지난 2003년 법원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이후 시각장애인 안마사 독점조항은 일반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여러 차례 위ㆍ합헌 논란을 거듭해왔다.

논란 끝에 지난 10월 개정의료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 결정이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생업을 보장해 주리라는 기대는 안마사들에게도 미약하다. 다만 시간이 조금 유예됐을 뿐이다.

현행 개정의료법상 안마자격증은 시각장애인만 받을 수 있고 이들만이 안마업에 종사할 수 있지만 법과 현실은 따로 간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일명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각종 시술소가 난립하고 안마사들이 설립한 순수 안마원은 이들 대형 시술소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어 폐업하거나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이 현실.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와 맞물린 안마업이 안정된 일자리로써 자리매김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안마사들은 대표적으로 안마의 건강보험 적용을 꼽는다.

임씨는 “안마가 건강보험에 포함된다면, 국민적 인식개선과 함께 낮은 가격에 안마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한다. 윤재훈 원장은 “노인, 산모 등 안마의 수요는 계속적으로 있을 것” 이라며 “퇴폐 등 부정적 인식개선 해소를 위해선 바우처 제도와 같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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