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2009년 예산안이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2009년 사회복지예산은 69조1,988억원이나 그 중에서 정책의지를 가지고 신규로 추가하거나 확대한 예산은 1조786억원 예산증가률은 1.6%이다. 이 비율은 참여정부의 집권기간 동안의 연평균 증가율 10.4%의 1/7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 증가분은 연금 등 사회보험 급여 수급자가 자동적으로 증가함에 따른 것으로 자연적 증가분 2조5천억원, 2007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 및 노인장기요양보험 시행에 따른 증가분 1조원, 사실상 복지지출이라고 하기에 적절치 않은 ‘융자사업’ 예산인 주택 분야 증가분이 9,236억원이 차지한다. 

정부예산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가구를 2만명 줄이고, 장애수당 수급권자의 수를 7만명 줄이는 등의 반복지적인 것이었다. 이 안이 발표되자말자 장애인들은 천막농성이 돌입하였고, 시민단체들은 ‘복지예산삭감저지 공동행동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수를 1만명 늘이는 등의 찔끔 증액으로 정책을 수정하였는데 이 정도의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증액으로는 턱도 없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그대로 간다면 2008년 대비 기초생활보장은 1만명 축소, 의료급여는 3천명 축소, 자활장려금의 경우 근로유지형 참여자의 장려금을 삭감했다. 또 양육수당지원도 50만명 축소, 장애수당과 장애아동부양수당도 대상자 7만 여명이 축소됐다. 이에 시민단체는 기초생활보장급여· 의료급여차상위 예산·자활장려금 등의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정부는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의 세금을 대폭 감면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는데,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2009년의 세수감소액은 8조1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감세혜택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돌아간다고 주장하지만, 감세로 인한 예산부족이 바로 복지축소로 연결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헌재의 종부세 일부 위헌판정으로 이미 거두어들인 세금마저 돌려주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복지사업에 재원을 함께 투자하는 매칭펀드 방식의 분권교부세 제도를 신설하였다. 분권교부세는 연평균 8%정도 증가된 데 비해 지방정부가 담당하는 복지사업비는 연평균 20%정도 증가되어 지방정부의 부담이 갈수록 높아졌다.

참여정부는 지방정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복지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되는 문제점을 종부세 세수를 지방자치단체에게 교부하는 방법으로 해결해왔다. 진보신당이 정부가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을 적용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될 부동산 교부세 변화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의 지방분권교부세는 종합부동산세 감소로 인해 44%나 줄어든다.

정부는 2010년부터 분권교부세를 없애고 일반교부금으로 통합시키겠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는 지방이양 복지사업을 국고지원 사업으로 무조건 환원하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보건복지가족부는 분권교부세와 비슷한 한계를 지닐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복지교부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을 뿐, 아직 2009년에 삭감된 분권교부세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복지부문지출(2001년 기준)은 GDP대비 6.12%로서 OECD 국가 중 꼴지인 30위에 랭크 됐다. 꼴찌에서 두 번째 이었던 200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복지예산은 크게 증액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년 지방정부가 복지를 위해서 지출할 수 있는 분권교부세를 44%나 깎아 놓은 마당에 중앙정부 예산마저도 공공부조, 장애수당과 같은 가난한 사람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분야에 이토록 깎아 놨다.

지난 12월1일 필자가 국회 앞에서 겨울비를 맞으며 복지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했는데, 그 때 필자의 옆에 오현리주민이 국방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국방부는 무건리 훈련장 확장을 위해 파주군 오현리 등의 훈련장 인근 마을에 대한 토지 매입과 보상비 753억원을 비롯하여 훈련장확장비 1천7백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한다.

미국발 서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경기침체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빈곤이 확산될 것이 확실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정부는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복지예산을 감소하는 정책을 내놓아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기초생활보장, 장애수당∙장애아동부양수당, 자활장려금, 보육∙양육비 증액 요구안을 다 합치면 2천180억원이다.

그에 비하여 오현리주민들이 요구하는 국방비 감액은 1천9백억원이다. 농민을 조상대대로 내려오면서 살던 고향에서 내쫓고, 사람 죽이는 훈련을 위하여 증액하고자 하는 국방예산의 삭감으로 절약한 국방비에  180억원만 더 보태면 기초생활보장, 장애수당∙장애아동부양수당, 자활장려금, 보육∙양육비를 증액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다. 사람 죽이는 훈련에 쓰일 돈을 삭감하여 절감한 국방예산을 사람 살리는 복지예산 증액에 쓰라.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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