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장기요양기관으로 등록된 요양시설에는 생활지도원 또는 가정봉사원으로 근무했던 자들에 한해 ‘유예대상인’이란 지침으로 7월부터 향후 2년간 자격증이 없어도 일할 수 있다. 

이 틈을 타고 요양시설이 중국동포 등 파견업체의 용역을 쓰면서 인건비를 절약하는 불법행위가 성황중이다.

최경숙 전국요양보호사협회 부회장은 “대다수의 요양시설들이 유예자 인정을 활용해 직접고용이 아닌 파견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애초에 복지부가 산정했던 필요 요양보호사인원은 약 4만명이다. 그런데 지나친 홍보효과 탓인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요양교육기관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이미 20만명에 가까운 요양보호사 인력이 배출된 지금 유예기간을 두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문제는 기존 인력을 요양보호교육을 통해 전문인으로 전환시키는 데 쓰지 않는 시설에 있다. 대다수의 시설은 이 기간을 틈타 파견직을 쓰면서 운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협회가 지난 3개월에 걸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중국 동포 등의 파견직 근로자 들은 대부분 24시간 근무나 혹은 격일 근무를 하고 있었다.

또 이들은 보험이나 고용관계 또한 불안정해 다쳐도 산재보험도 받을 수 없다.

요양을 받는 노인들은 검증받지 않은 인력들에게 케어를 받고, 환자 수 대 요양보호사 인원(환자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도 턱없이 부족해 ‘현대판 고려장 시설’이라는 웃지 못 할 별칭까지 나돌고 있다.

중풍이던 시아버지를 4 년간 모시던 김영미(50)씨는 요보법 시행으로 아버지를 시설에 모신 3주만에 퇴소시켰다. 시설의 요양서비스가 형편없어 시아버지 상태가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모르는 사람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케어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버님 상태를 보니 시설도 요양보호사도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최경숙 협회 부회장은 요보법의 공공성과 요양보호사의 권익이 따로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대로된 서비스는 안정적 인력의 양과 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난국의 해결방법으로 유예자 지침의 폐지와 차등수가제도의 도입”이라고 말했다. 차등수가제는 이미 건강보험제도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케어인력 1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적을수록 서비스 질이 좋다고 판단해 더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실제 의료기관 들은 차등수가제 도입 후 등급이 전체적으로 높아졌다”며 “요보법도 그렇게 해야 요양보호사의 인력 안정을 토대로 법이 제대로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10월 박은수 민주당 의원은 ‘노인요양시설 근무 요양보호사의 56%가 무자격자’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복지부가 18만명의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고도 시설에서 무자격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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