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피해 장애여성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청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오준근)는 지난 달 20일 약 7년간에 걸쳐 자신들과 친족관계인 피해자를 강제추행 또는 성폭행해온 친할아버지(82), 백부(57), 숙부(42)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친족 관계의 나이어린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패륜적 범행”이라면서도 “피고인들이 부모를 대신해 피해자를 키웠고, 피해자의 정신장애 정도에 비춰 앞으로도 이들 피고인의 지속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참작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이 고령과 지병으로 수형생활을 감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민우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30여개 장애ㆍ여성ㆍ시민단체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같은 재판부의 판결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런 판결이 가능했던 것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지적장애여성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은 그럴 수도 있는 일, 혹은 안타깝지만 어차피 갈 곳도 없는 그 장애여성을 책임질 사람들은 가족이니 가족이 가해자일지라도 할 수 없다는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피해자의 안정적 삶과 치유는 성폭력가해자일지라도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안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가 그에 대한 책임과 제도를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도 11월 27일자로 성명서를 내고 “재판부가 이러한 황당한 판결을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판사들의 장애인지적 관점이 매우 결여되었기 때문”이라며 “피고인들을 중한 형벌에 처하고 성폭력 피해 소녀를 즉각 가해자들로부터 격리시켜야 하며 소녀를 위한 사회적 지원을 명해야 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도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적장애 아동과 여성들을 성폭력의 늪으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사회시스템은 있는지 묻고자 한다”며 “대부분 이들에 대한 성폭력은 장기간 은폐되고 있어 심각한 인권유린의 현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곽 의원은 “가해자들이 다시는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실형을 처해 강력히 처벌해야 할 것이며, 피해아동이 단기보호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는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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