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장애인 주거정책 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방안’토론회 모습.

이에 따라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 장애인의 주거권이다. 독립 혹은 자립생활을 생각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 살아갈 ‘집’일 것이다.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립의 공간이며 지역사회와의 소통의 통로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주거정책 전달체계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거소모임에서 활동하는 오성학 씨는 “당장 쌀이 없고 다음 달 전기세가 걱정이지만 나는 좋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설에서 나오려는 사람들에게 집을 무상으로 주었으면 좋겠다. 대출도 안되고 취업도 안되고 이런 상태에서 어쩌란 말인지...”라며 시설에서 나와 자립하려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살 곳 얻기 위해 일하지 말아야 하는 이상한 구조
시설 혹은 부모와 가족으로부터 자립하기 위한 장애인들이 살 곳을 구하는 방법은 제도권 내에서는 집도 수입도 없고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 등의 요건을 갖춰(?)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공공임대아파트를 신청하는 방법(순위에서 밀리는 장애인들은 이 또한 수년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이 유일하다. 그 밖의 경우라면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얻어 자금을 마련는 수 밖에 없다.

교육에서부터 차별과 배제당해 온 장애인들이 학력지상주의가 활개치는 우리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고 이는 장애인들을 빈곤으로 내몰고 수급자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월 30만원이상의 수입이 생기면 수급대상자에서 해제되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일할 필요성마저 꺽이는 이상한 구조적 문제에 봉착한다.

또한 임대주택 신청의 기본적 자격인 ‘무주택 기간 1년 이상의 세대주’ 항목은 시설생활은 무주택기간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갈 곳 없어 시설에서 거주해온 장애들의 발목을 잡는 모순된 제도로 지적 받고 있다.

초기정착금, 그룹홈 지원,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확대 등 실질적 지원 필요
시설장애인들을 위한 주거정책지원책으로 주로 제시되는 것들은 ‘시설거주기간 무주택 기간 인정제’ 와 초기정착금 지원이다. 이는 시설에서 나온 후 마땅히 거주할 곳 없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와 바로 주거공간을 얻을 수 있게 하고 기초 소득이 보장될 길 없는 장애인들에 초기 정착금을 지원해 자립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또한 자립의 중간단계 형태라 할 수 있는 ‘자립생활체험홈’ 과 ‘그룹홈’ 같이 지역사회 내 재활시설에 대한 지원을 늘려 자립을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자립생활센터나 민간에서 주로 운영하는 체험ㆍ그룹홈 재정에 대한 국가지원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 말 그대로 ‘체험’에서 끝나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급 장애인에만 제공되는 가사ㆍ이동 등을 돕는 활동보조서비스도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활동보조서비스가 자립생활과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지원대상 확대와 자부담 폐지 및 최대 24시간 생활시간 보장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빈민 정책아닌 ‘자립’으로 이해돼야...특별법 등 법제도 정비 필요
복지부나 국토해양부 등에서 농어촌 장애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개조사업과 주택임대 자금대출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이 역시 실효성 낮은 정책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예산집행미비로 실질적인 개조가 이뤄지지 않거나 직장과 보증을 필요로 하는 대출도 장애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인 것.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당사자 중심 대안모색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김 소장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도입한 체험 홈을 갖춰 중증장애인이 자립생활을 할 때 주거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자립생활 주거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김 소장은 “유형별 주거공급방안이라든가 주택재건축시 일정비율의 장애인주거공간 확보 등 현행법으로 담보하기 어려운 과제들과 시설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이입을 촉진하기 위한 주택법을 마련하려면 장애인주거기본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도 “장애인ㆍ고령자가구 등 가구 중심의 주거보장을 위한 주택정책의 기본방향을 세우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의 근거로 주거기본법과 같은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또한 남 사무총장은 “외부의 보조 없이는 적정한 주거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한 대다수 장애인가구를 대상으로 국가차원의 주택수당 혹은 주거지원프로그램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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