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 연장은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 없고 근속 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강력히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연구원 개원 31주년 기념 세미나 발제에서 현행 60세 정년을 추가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정년 연장은 고령화에 대한 만능 처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남 연구위원은 정년을 추가 연장할 경우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에 따른 조기 퇴직이 늘어나고 조기 퇴직 연령도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추가 연장하면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이 조기 퇴직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기 퇴직자는 2016년만 해도 41만4000명이었으나 올해(5월 기준)는 60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정년 퇴직자는 35만5000명에서 35만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대부분 중장년인 조기 퇴직자가 늘어나면 인적 자본 손실, 취업난, 노인 빈곤 등 사회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게 남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남 연구위원은 "경직적인 임금체계에서 정년 연장은 조기 퇴직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공급 임금체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노동 유인을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남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2016년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1년 미만 근속자 임금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 임금은 4.39배로,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남 연구위원은 "정년을 추가 연장하면 수혜자가 공공부문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 등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정년 연장을 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1년에 1세 또는 2∼3년에 1세 연장과 같이 서서히 연장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찬균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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