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 차를 맞은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사진/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최근 경기불황으로 국내 외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의 장고법 개정안 발의로 장애인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선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이 고용촉진이사로 재직하며 그 성과를 인정받아 공단 내부인사로는 최초로 이사장직에 오른 지 반년이 흐른 지금 장애인 노동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 지난 6월 이사장 취임 후 그 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취임 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에 공단의 고객인 장애인과 기업, 정부의 기대에 얼마만큼 부응했는지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열심히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8월 대전 뷰티풀 챌린지에 이어 9월 장애인고용촉진대회, 10월 국정감사와 11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을 위한 과정 등이 숨 가쁘게 진행돼 왔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많은 분들을 만나 많은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공단 이사장이 3개월간 공석이었던 점을 감안해 공단에서 진행해 오고 있는 사업에 관심을 갖고 보다 내실있게 운영하려고 애썼다. 이 과정에서 공단 고용개발원장과 고용촉진이사로 재직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가 많은 도움이 됐다.

취임이후 그동안 공단이 경증장애인을 선호했다는 세간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중증장애인과 여성장애인에 맞는 서비스를 재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공단 조직을 중증장애인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편할 생각이며 정책과 제도적인 부분도 임기 내에 완성할 수 있으면 바랄게 없겠지만 최소한 기반은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근래 중증장애인 고용은 정부기조에 맞춰 국민적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대기업 등 기업의 법적 의무고용률 조차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적한대로 1993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2%로 조정된 이후 한번 도 고용율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동안 장애범주가 확대되고 장애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음에도 의무고용률은 2% 그대로 인데 이 수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사회와 기업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인식부족, 장애인에 대한 교육 및 훈련을 위한 투자 부족, 불완전한 제도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애인의 고용시장 진입에 장벽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커다란 문제는 국민의 인식이 아직 장애인 고용에 개방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와 장애인, 국민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공단 고용개발원에서는 헬스키퍼, 크린안마센터지원 등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구개발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에 대한 성과평가 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또한 이러한 연구가 실제 고용창출로 이어지기 위한 방안은.

사실 그동안 공단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지 국민과 장애인들에게 알리는 것에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공단은 중증장애인 고용모델개발의 일환으로 헬스키퍼 고용창출사업을 진행해 왔다. 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연구개발은 고용개발원이, 사업진행은 복지관이 수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1차 년도인 2006년에는 사회적 일자리를 활용해 시각장애인안마사 10명과 보조인력 10명 규모로 진행했고, 2007년에는 헬스키퍼 6명이 대기업에 정식직원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올해는 자회사형표준사업장을 중심으로 헬스키퍼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유베이스, 나사렛대학교 등 자회사형표준사업장 설립을 결정한 사업체에서 시각장애인 헬스키퍼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 외에도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위헌여부를 판결할 때에도 공단 고용개발원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결정적인 지원을 한 바 있는데 이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공단은 연구와 결과물을 현장에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모두 갖추고 있는바 연구결과가 실제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2배수 고용제 등을 포함한 노동부의 장고법 개정안이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장고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잘 알다시피 많은 이야기들이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제도와 정책이 정착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 뿐만 아니라 시행착오도 거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단순한 오류로 치부해 버리지 않고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장고법 개정안 중 중증장애인 2배수 고용제나 장려금 지급기한 제한 등에 대해 장애인계가 많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다만, 금번 장고법 개정도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또 다른 시스템을 시도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퇴임시까지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과 정부의 능동적 복지 기조에 따른 장애인 노동시장의 대응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우선 새 정부의 초기와는 또 다른 상황들이 시시각각 펼쳐지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 여파로 우리의 경제상황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차별금지법도 내년부터는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장고법 개정에 따른 장애인고용정책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공단은 최근 2012년까지 장애인고용률 2%달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수차례 밝혀왔듯이 공단은 앞으로 중증장애인의 고용확대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다.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지만 공단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실력 있는 장애인이 공직 등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도 탄력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을 하기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공공부문에서 의무고용률이 3%로 확대된다. 진정 위기 속 기회라 할 수 있다.

또한 취임 초부터 올해 초 도입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제도의 활성화에 많은 심혈을 기울여 왔다. 고용된 장애인의 50% 이상을 중증으로 고용하도록 되어 있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안정된 일자리에 중증장애인이 다수 취업할 수 있는 터전이다. 1차년도인 올해는 목표로 한 8개소가 이미 협약을 맺었으며 임기 내 30개소의 위드컴퍼니(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브랜드) 설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장애란 그 사람 자체를 온전히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다양한 측면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일에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장애인 여러분들도 좀 더 분발해 주시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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