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정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노인 케어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다. 그런데 요양보호사의 위상은 작고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채용, 낮은 보수와 대우로 이직률도 높다. 생성된 요양보호사 수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현장의 노동자는 3만명의 불과하다. 장롱자격증이 비단 요양보호사 자격증 만은 아니지만, 그것을 양산하는 현장의 폐해는 심각하다.

그런 가운데 요양보호사가 도둑으로 몰리는 사례까지 늘고 있어 그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서울시 소재 B재가기관의 최명자(55·여) 요양보호사는 최근 도둑으로 몰리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 최씨가 요양하러 가는 김양향(82·가명) 할머니의 딸이 그를 절도죄로 신고한 것.

김 할머니는 장기요양등급 3등급 판정자로 딸과 함께 사는데 딸이 자신의 귀중품 몇 개가 없어지자 바로 집으로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를 의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신고를 받은 요양보호사가 소속된 B재가기관의 소장은 “사건은 결국 딸의 오해로 풀려 사과를 받고 잘 해결됐지만, 착잡한 심정이”이라며 “이것도 서비스업종이라 기관입장에서는 조심스러워 대놓고 말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밝혔다.

당사자 요양보호사는 신고를 받은 충격에 생활하는데 지장을 받았을 정도다.

“뭘 자꾸 까먹고, 마음도 괜히 두근거리고... 일하기 싫죠. 사실 경제적 요인보다 봉사하고 어르신들 돕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그런 의심받고 나니까 일하기 딱 싫어지더라고요”

최명자 요양보호사는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더욱 일지를 정확히 기록하게 됐다고 한다. 혹여 나중에라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다.

B재가기관의 소장은 “서비스 업종의 경쟁이 심해 이런 일이 소문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른 기관에서도 쉬쉬할 뿐이지 비슷한 사례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양보호사들은 이런 일을 당해도 어떤 보호를 받을 장치가 없어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향후 B재가기관은 특히 요양보호사의 윤리 교육 등을 심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 교육차원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굿하트 전문사례관리센터 김성국 대표는 “요양보호사들이 다른 피해를 입는다 해도 기관 입장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피해를 입을까봐 은폐하는 경향이 많다”며 “요양보호사에게 케어를 받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전 국민 차원의 홍보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윤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