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 아동이 참여하는 연극공연을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공연이라기보다는 연극놀이라고 하는 게 더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전문 극단 소속의 배우들이 시각장애 아동들이 몸으로 느끼고 소리를 통해 연극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아동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머물지 않고 직접 참여해서 연극을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치밀함이 돋보였다.

또한 다양한 무대의상과 소품을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한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들이 함께 참여해 아이들과 손을 잡고 뛰기도 하고 때로는 부둥켜안기도 하면서 색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느낌의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 배우들이 이처럼 준비된 연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시각장애 아동들과 연극을 통한 관계형성을 꾸준히 해오는 동안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감각장애가 있는 시각장애 아동과 연극배우로서의 전문성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연극이 시도된 것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보통 이러한 행사는 복지관 담당 교사들이 무대 꾸미는 일에서부터 소품제작, 연극지도 등을 도맡아 해온 것이 일반적이라고 보여진다. 그렇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해 완성도를 높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물론 담당자들이 손수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하는 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좀더 전문성 있는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었을 때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이 참여하는 경우 전문 인력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에는 보다 전문적인 인력을 투입해서 장애인복지사업을 수행하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정보화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 예로 올해 하반기에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원하는 장애인 IT 전문인력 양성사업ꡑ의 경우 선정된 7개의 수행기관 중 5개 기관이 지역사회내 대학, IT관련 기업 및 전문학원 등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인복지에 사회 각 분야의 민간자본과 유용한 인력자원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의 양적 확대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장애인복지가 사회통합을 지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서는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복지의 국가책임성이라는 명제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하겠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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