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과학대학 사회복지과 조성상 교수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실천현장에 있었다. 한 해가 저물 때마다 사회복지사로서 늘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는 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짐과 각오의 대상이 늘 나 개인차원의 수준이었지 직업인으로서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클라이언트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늘 나 자신의 승진과 부귀영화에 대한 것이었다. ‘새해에는 부자가 되자’ ‘새해에는 승진하자’ ‘새해에는 상사와 친해지자’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회복지사로서 윤리적이지도 못했고 도덕적이지도 못했었다. 심하게 말하면, 성공하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약속을 제대로 했었어야 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부끄럽지 않은 사회복지사로서 거듭나겠다고.

아마도 대통령도 그렇고, 국회의원도 그렇고 제대로 다짐과 약속을 하지 못했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만 약속하고 국민들에게는 약속을 진심으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을까? 내 경우만 생각하고 이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그 분들 앞에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다 똑 같지 하는 동류의식이 들기도 든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개인이나 조직 모두가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스스로에게 약속 한다. ‘난 달라질 거야’ 그리고 한 해가 저물 무렵 우리는 나약한 모습으로 후회를 하며 우울해한다. 2008년은 새로운 대통령과 새로운 국회의원으로 출발한 정치적으로 신선한 한 해였기에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품었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지난 1년을 돌아본다.

2008년 시작은 새로운 대통령이 집권을 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기운으로 힘 있게 출발한 한 해였다. 전봇대가 뽑히는 모습을 보면서 구태는 사라지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듯 했던 강한 분위기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국민들은 금방이라도 단번에 변화시킬 듯 한 정부의 의지와 행동에 놀라면서도 통쾌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그 이후의 기억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혼란과 무질서로 점철된 느낌이다. 아! 촛불시위정도가 민주적인 시위의 모습으로 잠깐이나마 존재하긴 했었다.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과 환율의 수직상승, 부동산 거래의 불안정성, 세계적 경기침체의 위협 앞에 듬직하지 못했던 정부의 대처는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주기에 미흡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신년에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보다 더 답답했던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구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다. 그래도 우리들보다는 더 잘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그분들은 올 한 해 동안 어떤 모습으로 지내셨는지 자성해볼 일이다. 선택받기 전까지는 국민 앞에 어찌나 고상하고 겸손한 지 정말 의원나리가 될 만한 그릇으로 비춰지는 그 분들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에는 어찌나 금세 그렇게도 잘 변하는 지. 목소리는 우렁차지고, 고개는 뻣뻣해지며, 눈의 힘은 레이저라도 뿜어댈 듯 제대로 바라보기 민망할 정도다.

국민을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일해야 할 분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분주한 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물론 일부 의원의 경우다. 그러나 국회의 풍토가 원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매번 같은 양상이 반복될 수 있을까? 해마다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조직풍토가 잘 나가는 대기업 같았으면 그냥 내버려 두었을까? 아마 확 뒤집어놓았을 것 같다. 그리고 확 변했을 것 같다. 신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

대통령을 포함해서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은 사실 일반 서민들하고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솔직히 우리가 언제 한 번 그들과 얼굴 맞대고 술 한 잔 해볼 기회나 있나. 거의 없다. 그들이 서민들 마음을 알 수 있는 길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고 서민인 우리는 그냥 우리다. 그것이 현실이고 당연해진 게 요즘 풍토다. 높은 곳에 앉아 있지만 말고 내려와 국민들의 마음이 어떤지 살펴보고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기회를 가져 보기를 새해에는 소망한다.

필자 역시 교수라는 직업인으로서 스스로 다짐하고 약속한 것들이 있다. 열심히 연구하고, 학생지도하고, 학교방침을 따르고. 이 약속들이 잘 지켜졌는지는 나만의 비밀이나 나는 알고 있다. 아니 내가 무안해 할 것 같아서 겉으로 말은 안하지만 학교도 알고 우리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아내를 많이 기쁘게 해 주고, 걱정 없이 살게 해 주고 등의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약속한 것도 있다.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아내도 알고 다섯 살짜리 우리 아이도 알 것이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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