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2일 국가인권위 진정 결과분석 토론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우리사회의 장애로 인한 차별과 인권침해는 여전히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후원의 날에 열린 ‘장애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분석 토론회’에서 배융호 장추련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이 인용한 인권위 통계자료는 지난 2001년 이후 병력, 성별, 성희롱 등으로 인한 진정건수는 감소폭을 보이는 반면 장애로 인한 차별은 현재 까지 계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권위 자료에 의하면 차별상유별 진정사건의 경우 장애(22%)가 가장 많았고 기타(20%), 사회적 신분(17%), 성희롱(9%), 나이(8%) 순으로 나타났으며 장애 차별 진정건수는 2007년 246건에서 2008년 530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장애차별 진정의 폭증세는 올 5월부터 시행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장차법)’의 시행과 맞물려 장애당사자들의 진정 접수 증가, 장추련의 두 차례에 걸친 집단진정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배 위원장은 “문제는 진정으로 인한 차별해소와 침해구제가 실효성 있게 나타나고 있느냐이다. 장애 차별로 인한 진정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들이 삶의 각 현장에서 당하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로 인한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일반종결 71.4%…합의종결, 인용은 5%에 그쳐
올해 인권위에 접수돼 종결된 장애차별진정 사건 287건 가운데 진정요건을 갖추지 못해 기각된 사건은 90건(31.4%)이며 차별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조사 중 해결 등으로 종결된 각하 건은 179건으로 전체의 62.4%에 이르렀다.

이중 인권위 조사 중 해결로 인한 일반종결 사건은 기각의 47.8%인 43건, 각하의 23.5%인 42건이었다. 또한 당사자간 합의로 인한 종결은 10건이었으며, 인권위가 차별시정을 권고한 인용 건은 5건으로 전체의 약 5%에 그쳤다.

전체 287건 가운데 조사 중 해결, 인권위의 개입없는 당사자 간 직접조정을 포함한 합의조정 및 인용건수는 총 100건으로 장애차별 진정의 약 1/3이 조사 중 또는 합의로 해결됐음을 의미한다.

차별시정 인력 부족, 제도나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인권위의 장애차별시정 조사인력 부족문제는 장차법 제정 시부터 제기돼왔다. 실제 올해 인권위에 접수된 전체 장애차별진정 530건 중 그 절반에 해당하는 287건 만이 종결돼 인권위의 인력부족으로 인한 처리시간이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필훈 조사관도 “폭증하는 진정건 수에 비해 장애차별 조사에 필요한 인력은 부족한 편이며 이로인해 처리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동조했다. 향후 장차법이 정착됨에 따라 장애로인한 차별진정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처리시간 지연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배 집행위원장은 인권위의 차별시정 권고 등에 따른 후속조치 미비와 실질적 제도변화가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장추련이 조사한 차별시정 진정과 관련 불만사유 중에는 편의시설 정비와 같은 후속조치나 근본적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유사한 상황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사유도 존재했다.

배 위원장은 이 외에도 차별시정의 문제점으로 피해에 대한 사과나 보상이 없는 점 ▲조사에서 종결까지의 과정이 진정인에게 전달되지 않는 점 ▲인권위 조사자의 지속적 교육을 통한 장애감수성제고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한필훈 조사관은 “중립적 입장보다는 소수자적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법적 피해보상으로 처리하는 부분은 다소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박옥순 장추련 정책국장은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 진정으로 인식개선 등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행정ㆍ제도적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사자들이 나서서 법을 활용해야 장차법이 살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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