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 및 3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각 계층의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개정안을 바탕으로 추진할 입장을 밝혀 그 추이가 주목된다.

시민·노동자 단체는 전국 단위의 규탄 기자회견을 릴레이로 펼치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 여성민우회, 민주노총 등은 최저임금법이 ‘개악’이라며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 서민 등의 취약계층에게 뒤집어씌우려는 파렴치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지역별 최저임금제 도입 ▲수습기간 3개월에서 6개월 연장 ▲ 60세 이상 고령자 경우 최저임금 감액에 동의하면 적용 이다.

이중 고령자 최저임금 감액안에 대해서는 노인 당사자의 입장은 환영 분위기다.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고령자고용촉진지원금 등이 유명무실한 현장에서 임금이 감액되더라도 ‘일할수만 있다면...’ 좋을 정도로 고령자들의 고용시장은 척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노인취업박람회 현장. 은퇴후에도 건강하고 일하고 싶은 노인들이 늘고 있어 박람회는 성황하지만 구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시민단체의 반대의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찬성입장을 표명한 한국은퇴자협회는 노인 현실을 안다면 결코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명룡 은퇴협 회장은 개정안이 시대적 변화에 걸 맞는 장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20만원짜리 공공 근로직보다 임근제 완화로 기업들의 고령자 고용이 활발해진다면 더 괜찮은 일자리가 생성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노인권리연대·노인복지단체 연합회 등 노인관련 기관도 구랍 16일 공동 성명서를 통해 개정안 찬성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직종이라도 찾으려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임금법에 ‘묶인’ 기업들이 기피해 취업하기 어려웠다”며 “이에 노동부가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을 허용하려는 ‘선의의 조치’에 노동계의 반발을 보며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며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들의 고령인력 활용을 전담해온 관계자는 고령자 최저임금 감액안에 부정적 입장이다. 그는 법이 완화된다 해도 기업들이 고용에 힘쓰지 않을 것이며 외려 노인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서대문 고령자 취업알선센터 최연진 과장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사실, 고령자라 해도 일하시는 노동 강도나 시간은 젊은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기본적인 것은 갖춰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지금 가진 게 없는 노인에게 가장 기본적인 보장마저 외려 안 좋은 쪽으로 가는 게 누굴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서울시 노인취업박람회만 4년 이상 주관 실무자로 참여했을 정도로 노인일자리 관련 기업들의 생리에 빠삭한 전문가다.

그런 그는 일부 노인들이 막연히 기대하는 생각과는 다르다. “이 법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련된 것 같다. 이러한 법이 마련된다 해도 고령자 채용을 하지 않던 기업이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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