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로 평생 입양인을 위해 살아 갈 것이라고 말하는 정애리 회장은 새해 또 다른 도움을 주기 위한 힘찬 발걸음 떼었다 .  <사진/윤미 기자>

“어머니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이다. 가지고 계신 것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모두 다 나눠 주셨다. 할머니, 어머니 이름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무게감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할머니, 어머니의 대를 이어 사회복지계에 열정적으로 뛰어든 사람, 선택이 아니라 운명으로 생각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세계 20만 입양인의 어머니로 사는 InKas(International Korean Adoptee Services: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의 정애리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의 희생과 봉사 정신은 가족이 그 뿌리다. 1928년 목포에 전라남도 최초로 아동복지 시설인 공생원을 설립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며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고 윤치호 전도사)와 외할머니(고 윤학자 여사). 그리고 뒤를 이어 어머니(윤청미 여사)가 역시 공생원에서 평생을 일했으며 지금은 동생 정애라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사회복지에 뜻이 있었던 것은 전문가로서 보다는 자원봉사로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 홀트아동복지회에서 5년간 일을 하고 InKas를 설립하기 까지 10년간 공백기가 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사셨기에 자신만은 가정에 충실하고 가족만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으로 사회복지계를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은 한국을 찾는 입양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들을 두 번 버려지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가 입양인을 위해 살기로 결심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섬김과 희생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그였기에 초기에는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2년간의 고민을 뒤로 하고 그가 이일을 시작한 것은 ‘기독교인으로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입양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은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었다’고 전했다. 

입양인 손과 발이 되어주는 InKas 
세계 경제 대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아직도 1년에 2천여명 정도의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4번째, OECD 회원국 중에는 가장 많은 수치이다.

1988년 올림픽 이후 한국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입양인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족을 찾기 위해 정체성을 찾기 위해.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이들을 따뜻하고 친근하게 맞아 주지 않아 두 번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에 정 회장이 관련전문가들과 함께 1999년 3월 ‘사랑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출발해 지금의 InKas가 됐다. InKas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4개국 한인 입양인이 한국 방문시 공항 마중과 통역, 홈스테이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정 회장은 “아직도 입양인이라면 ‘불쌍한 아이들’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입양인들이 해외로 보내 진 것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다. 그들이 다시 돌아와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것은 당연하며 우린 그들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nKas는 현재 입양인을 위해 친가족 찾기 사업을 비롯해 장학사업, 교육사업, 쉼터사업, 자립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장학 사업은 한국의 가장 근본인 언어 습득을 돕기 위해 1년에 120명 정도의 입양인을 선정해 장학금을 주고 국내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언어는 입양인들이 친부모와 소통하거나 한국에서 체류하고 취업하는데 필요하고 문화를 접하는 기본 통로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친가족 찾기와 장학 사업은 상실감 회복차원이며 문화와 언어를 찾게 도와줌으로써 정체성 혼란을 벗어나게 할 수 있어 InKas의 중점 사업이다.

InKas는 현재 한국인 입양인이 살고 있는 14개국에서 정기적으로 해외캠프를 열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우수성을 알려주고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이 자리에는 입양인들 뿐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보다 이해하고 아이의 나라를 알고자 하는 양부모와 가족들도 함께 참여한다.
 
특히 성인입양인들 뿐만 아니라 어린 청소년에게도 한국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확대시킴으로 성장하는 동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돕기 위해 전통문화체험을 실시하는데, 해외입양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모국방문단을 초청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도록 교육 한다.

한국문화체험은 단순히 문화를 전하는 자리를 넘어 한국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자리가 된다. 그렇지만 아직 정부나 기업이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늘 세계 속에 한국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고민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해외 캠프는 한국의 여러 면모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는 정 회장은 “입양인들은 단순히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들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서로의 가치를 상승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는 기쁨이 크다

올해로 10주년이 된 InKas, 정 회장은 결코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며 “InKas 초기에는 정부와 사회복지 관련기관조차 이 일(입양인들의 뿌리찾기)에 대한 시각이 없어서 서로 이해를 도모하는 다리 역할이 가장 힘들었고, 중간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5년간은 가족의 지원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가장 큰 것이 쉼터 마련과 장학사업을 통해 계속적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한국의 대학에서 120명의 입양인이 장학지원을 받아공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사이버 대학을 통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를 120명 입양인에게 줘 교육 기회를 확대했다. 정 회장은 한국인의 긍지와 정체성을 심어주고 모국을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학문적 장학혜택이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제는 한국사회와 입양사회가 더불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인의 긍지와 정체성을 찾아주고 모국을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기회와 학문적 혜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InKas의 사업 중 하나가 이대 앞 2곳, 홍대 근처 1곳에 운영하는 쉼터 ‘우리집’이다. 이곳에서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입양인들이 휴식을 취하며 생활하는 곳이다. 정 회장은 좀 더 쾌적한 환경의 쉼터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공생원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로 인해 공생원에서 나고 자라며 많은 이들과 생활하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정 회장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 가족이다. 어려서 공생원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자라며 공동체 생활을 해서 그런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모두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랑한다”며 “InKas 10년은 기쁨과 보람이었으며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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