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노년층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2004 하반기 실버취업박람회가 서울시 주최로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 맞는 이번 박람회에는 260여 업체가 참여해 노인 5천명에게 일자리가 제공됐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도 대부분의 일자리가 최저 임금 수준을 겨우 웃도는 단기 직종이 많아 장노년층이 원하는 직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례로 줄을 서주세요.
21일 오전 9시30분 코엑스 실버취업박람회장. 벌써부터 많은 장노년층이 박람회 장 앞에 길게 줄을 서있다. 밀려드는 노인들을 통제하느라 진행요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일산에서부터 왔다는 홍진만(70가명) 할아버지는 영어번역자리가 났으면 해서 와봤지. 요새 젊은 사람들도 취업하기 힘들다는데 우리 노인네들까지 자리가 돌아 오겠어라고 얘기한다.
경비직을 희망한다는 김모(57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씨는 경비직이 월 90만원 정도로 다른 일자리보다 좀 보수가 나은 편이야.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나까지 될 수 있을까 모르지라고 걱정했다.
일자리 종류는 간병인, 베이비시터, 경비원, 주유원, 번역사, 설문조사원, 기계건축기술직, 번역직, 제조업, 결혼서비스 등이다.

노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환자역할 활동을 하게 되는 모의 환자를 모집하는 채용관이었다. 이 모의환자는 건강한 65세 이하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며, 일정기간 훈련이 끝나면 시급 1만원의 보수를 받고 의과대학 학생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노인들이 찾는 최고의 일자리로는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실버지하철택배가 뽑혔다.

SK 실버택배 안효철씨는 노인 선발 시에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건강이며, 나이는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65세 이상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박람회에 참여했다는 김양호(69서울시 성동구 사근동)할아버지는 경력자(?)답게 집에서부터 미리 준비해온 이력서와 주민등록등본을 택배 담당자에게 제출하며 미리 준비 해왔지. 여기서 쓰면 사람이 많아 정신도 없어. 이 일이 돼서 용돈이나 벌었으면 좋겠는데. 연락을 기다려도 안오는 경우가 많아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에서는 주정차 단속 교통서포터스와 서울지하철 지킴이, 시설관리공단 지하상가 경비인력,
SH공사(서울시도시개발공사) 공동주택 경비청소인력 등 1천700여개의 일자리가 제공되며, 25개 자치구에서도 환경지킴이, 공원지킴이, 공원가꾸기 등 자치구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형 일자리 1천여개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민간 업체들의 참여는 부진해 박람회 개최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 때문에 박람회를 주최하는 자치단체들은 넘치는 구직 수요를 맞추느라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에 매달리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

중구청 노인복지팀 송형룡씨는 구청은 대부분 업체에서 희망하는 구직자를 지원해주는 형태이며 구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일자리 사업은 어린이집할머니 도우미 파견과 우리동네 꽃가꾸기 등의 공공근로사업 정도라고 밝혔다.

오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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