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 장애인과 뇌병변 장애인들을 위한 특수 신발인 정형제화의 보험적용 규정이 바뀌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애인 보장구인 정형제화는 2005년 4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건강보험 수가는 1켤레에 22만원이고 장애인들이 이 구두를 구입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수가의 80%인 17만 6천원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정형외과용구두는 ‘장애인복지법 재활보조기구품목의 지정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이 있는 자가 제조·수리하였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지급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즉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이 없는 사람은
정형제화를 제작 하면 보험수가를 지급 받을 수 없게 된 것.

이에 장애인 구두인 정형제화를 만드는 제화업체들은 의지·보조기 기사가 제화를 만들도록 한 것은 제화업체를 고사 시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이 규정으로 인해 ‘개점휴업’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0년째 장애인구두만을 만들어온 ‘구두장이’ 김범기(53, 백두제화 대표)씨는 요즘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장애인용 구두만 맞춤 제작하는 김씨는 한 달에 5~7켤레 주문이 들어오던 것이 지난해 12월1일 보험적용 규정이 바뀌면서 더 이상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며 문의전화만 온다고 한다. 

김씨는 국내유명제화회사에 입사해 1989년 미국의 정형외과용 신발을 전문으로 만드는 사람을 만나면서 장애인용 구두를 개발하게 됐다. 하지만 수지타산을 염려한 회사가 부서를 폐지하자 그는 97년 독립해 장애인용구두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다.

그러나 그렇게 20년을 넘게 몸담은 가게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김씨는 “신발은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며 “장애인에게 신발은 평범한 도구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라며 신발이 완성되고 나서도 몇 번이고 편한 신발이 나올 때까지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애인용 구두는 깔창이 가장 중요하다. 그 깔창을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의지 보조기와 신발 제작은 분명 다른 분야”라며 “정부의 체계적인 보조와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제화 기능 자격을 만들어 그 자격을 따야 한다면 딸 수 있다”고 강조했다. 

C업체의 김모씨도 장애인용 신발을 기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만들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구두제작에 대학졸업장이 왜 요구되는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또 의지 보조기 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지금 대학을 나오라는 것 밖에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담은 원래부터 규정자체가 있었던 것을 적용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또 기본적으로 다리 변형에 따른 신발 제작은 의지보조기 기사가 전문인이기 때문에 그들이 제작 수리해야 한다고 했다.

건보공단 보험급여실 관계자는 이 규정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규정을 그동안 적용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건강보험료를 노리고 난립한 업체들이 장애인들에게 엉터리 신발을 만들어 준다는 신고 접수가 지난해 너무 많아 그 동안 적용하지 못하고 있던 규정을 적용한 것 뿐”이라고 역설했다.

김씨는 정형외과구두와 의지 보조기는 다른 분야이니 마땅히 분류 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정형제화가 의지·보조기 기사가 제작 수리 하도록 되어 있지만 정형제화를 만드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제화업체가 만드는 것을 납품 받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은 반드시 나누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은 “장애인용 구두를 만드는 업체가 대부분 일반 신발과 정형외과구두를 같이 만들고 있어 전문성이 없다며 장애인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을 시행한 것”이라며 “법의 적용으로 정형외과 구두만을 만들어온 영세업체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은 잘 몰랐다”고 답했다.

복지부도 규정에 있는 것을 적용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복지부 관계자는 “의지 보조기 기사들이 학문적으로 공부하여 자격을 취득 했기에 전문가 이고 기사들이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장애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움에 처한 영세업체를 도울 방법은 없다”며 “문제라면 이 규정이 원래 있던 것인데 너무 늦게 적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제화 구두는 반드시 구두업체가 만들어야 한다는 제화업체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지 보조기 기사가 만들어야 한다는 건보 입장이 맞선 가운데 이 규정과 관련해 건보공단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2일 행정심판이 청구돼 진행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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