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의 동반 위축으로 대기업들이 휴업이나 감산에 들어가면서 그 충격으로 2, 3차 협력업체 근로자가 대거 일자리를 잃고 있다. 실물경기가 급락하면서 ‘고용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 온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324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2000명 줄었다. 취업자 수 감소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9만 306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4% 늘어, 말 그대로 ‘고용 빙하기’다.

경기침체로 구직활동마저 접어 버린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기에 비해 42만 4000명으로 약 30만명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실업자 수 역시 5만 1000명 늘었다. 취업대란과 기업 구조조정이 맞물리는 가운데 졸업시즌까지 겹쳐 취업시장은 더욱 심감해질 전망이다. 올해는 서민 고통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체 일자리가 수 십만개 늘어도 실업 해소가 어려운 판에 ‘마이너스 고용’의 늪에 빠져 있으니 일자리 창출에 수 조원을 투입하는 등 그동안 갖가지 대책을 내놓았는데 왜 이 모양인지 한심할 다름이다.

게다가 고용의 질도 극히 좋지 않다. 심각한 것은 고용악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시장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임시직·일용직 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급속하게 줄고 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이들이 취업 한파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일용직과 임시직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만 8000 명과 9만 4000명이 줄었고, 자영업자도 9만 3000명이나 줄었다.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됨으로 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에겐 실직이 삶의 추락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올해에도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IMF 환란 때에도 그랬지만 고용 회복은 경기 회복에 후행하는 만큼 고용대란은 꽤 오래 갈 것이다. 이런 고용 대란에 청년층, 제조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부터 줄어들게 한다. 잘 사는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어려운 사람들은 버틸 힘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최선의 복지는 돈 쪼금 주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그래서 더욱 큰 문제다.

그러나 일자리 대책의 속도는 너무 느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나 구체성이 부족하고 예산 반영도 늦어서 문제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또 민간부문 도움도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근로자, 특히 가장 위주의 일자리 대책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고용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임금을 낮춰 공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방법을 제안했다.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이 해체되지 않도록 고용의 양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는 기업인만큼 규제완화 등 기업 투자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안전망 확충도 시급하다. 실직 수당의 수급기간과 수혜대상을 대폭 늘리고 취업 교육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 지출 확대에 의한 경기 부양이 시급하며 인턴이든 공공근로이든 저소득층의 생계에 보탬이 되는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져야한다. 또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일자리 대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 서비스를 늘리면 일자리 증가와 복지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래야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지 못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비장한 각오로 모두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최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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