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는 백색 미사복 차림의 사제단 100여명이 유족들 주위로 둘러앉은 채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사제단은 시국선언문 ‘재앙과 파국의 대한민국’을 통해 “공적인 것은 바로 국민의 것이라는 대원칙을 성립시키는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위하는 바른정치가 공화국 탄생의 근본 동기이다. 그런데 오로지 몇몇 부자들을 위해 다수의 국민의 생존을 무너뜨리려 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용산참사유족들과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 시간여 동안 복음과 성가로 이뤄진 미사가 끝난 후 유족대표로 故이성수씨의 부인인 권모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권씨는 “남편은 참 의리가 많은 사람이었다. 저희 철거민들은 혼자서는 용역깡패와 또 그 한편인 경찰과 혼자서는 맞설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철거민들 서로가 도와주는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울분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고 먼저 간 이들도 검찰의 잘못된 수사로 편히 눈감지도 못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우리 철거민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 조중동 언론들 제발 진실을 가로막지 말아달라. 저희 철거민을 무자비하게 죽인 경찰 검찰이 사죄해야 한다. 수조 원이라는 개발 이익에 뭉치는 삼성 포스코 건설 횡포도 그렇습니다. 진상규명으로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검찰은 이날 언론을 통해 김석기 검찰청장 내정자가 참사에 직접적 참여를 않았다고 발표하는 한편,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철거민이 뿌린 발화성 물질로 인한 것으로 잠정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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