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21조가 정부의 개정안 발의에 이어 규제일몰제(sun-set law)에 포함되면서 또 다시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지난 1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를 열어 2008년 민간건의 사항에 대한 일몰제 적용결과를 발표하고 2009년 6월말까지 일괄적으로 법령을 정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위해 방송사업자가 자막ㆍ수화ㆍ화면해설 등 제공을 의무화 하고 있는 장차법 21조 3항도 이날 발표결과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 소관 법령으로 규제일몰제에 포함돼 향후 5년의 존속기간 내 그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해 경제 활성화를 돕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된 규제일몰제는 신설되는 규제에는 반드시 존속기한을 설정하고, 존속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기한이 끝나면 자동 폐기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장애계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장차법의 일몰제 포함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문화누리)는 지난달 30일 논평을 내어 “21조 3항은 현실적인 법률의 시행을 위해 현재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 앞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럼에도 이 법의 내용을 규제일몰제로 몰아가는 방송사업자들의 등살에 떠밀려 정부가 해야할 역할을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방송사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며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지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여야 할 과도한 규제로 분류한 것은 말도 안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문화누리는 “청와대와 정부가 장애인을 거치적거리는 대상이 아닌 국민의 한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를 즉각 규제일몰제에서 삭제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업무는 소관이 아니라며 장애인의 권리를 도외시한 보건복지가족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규제일몰정책에서 빼내지 못한 실책에 대하여 장애인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도 3일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은 정부방침은 경쟁력 강화란 미명하에 장애인의 기본권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는 장차법 21조 3항의 규제일몰제 도입방침에 대해 사과하고 그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나아가 시청각장애인의 방송ㆍ영상ㆍ출판물에 대한 접근권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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