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가 벌어진지 17일째. 죽은 이는 말이 없건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더해만 간다. 오늘도 청계광장에서는 한 맺힌 유족들과 사건진상을 밝히려는 시민단체, 연대 단위들이 촛불을 켤 것이다. 유족들은 갈갈이 해부된 시신마저 인도받지 못해 아직도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6명의 무고한 목숨이 화마에 희생됐지만 검ㆍ경찰의 대응은 유치하고 또 잔인하다. 망루에 솟은 불길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든, 무리한 강경진압을 인정하든 안하든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는 인간에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

검경은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을 테러집단으로 몰아가며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더니 비난 여론이 들끓자 급기야 여론조사에 까지 개입하는 치졸함을 보였다.

여기에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태도는 보는 이를 경악케 하기 충분했다. 일부 전철연 회원들의 야당가입을 예로 들며 또(?)다시 배후세력 운운하는 가하면 망루를 짓는 법을 가르치고 수개월동안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었다고 까지 하니…

살아온 터전을 빼앗겨 더 이상 잃을 것 없었던 그들이 옥상으로 올라가 망루를 지었던 그 마음을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죽은 이들 앞에서 테러집단이니 떼쟁이니 하는 것은 망자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난쟁이들이 공을 쏘아올린 지 30년이 지났지만 개발독재하의 철거민들이 당하는 유린의 현장은 2009년 현재에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용산참사현장을 목도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의 작가 조세희 선생은 “경찰의 곤봉이나 군대의 총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시대의 어느 아이 하나가 배가 고파서 밤에 울면, 그 아이의 울음소리 그치게 하지 않고 놔두는 것도 폭력이다. (철거민들)에 어마어마한 폭력이 가해졌는데도 우리가 그냥 지나간다면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했다.

선생의 말처럼 용산참사가 그저 우연히 일어난 사고마냥 지나쳐 질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국민을 우롱하고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도 침묵하는 공권력의 폭력은 시민들의 연대로 만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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