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노숙인, 철거민, 장애인 등 전국의 빈민이 한데 뭉쳤다.

26일 전국노점상연합을 비롯한 철거민연합, 전국빈민연합 등 70여 시민단체회원 3천500여명은 종묘공원에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2005 전국빈민대회를 열고, 비정규직 개악안 철회와 빈민의 주거권·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빈곤사회연대(준), 전국민중연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 70개 단체가 조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빈민대회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

이날 행사에서 이들은 "한국사회의 빈곤 문제는 이미 정도를 넘었다"며 "용역 업체를 동원한 강제 철거와 노점단속 등 빈민들의 주거권, 생존권 위협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노무현 정권과 각 지자체, 보수정치권은 위험수위를 넘어선 빈곤 문제와 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할 의지가 없고, 오히려 비정규직 개악안을 강행해 더욱 불안정한 노동을 확산시키고 빈곤을 만성화시키고 있다"며 "시혜와 동정이 아닌 진정으로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세워온 빈민대책은 탁상행정에 불과했다"고 비판하며 "빈민들이 주체가 돼 실질적인 빈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현 실정을 반영한 정부정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이혜선 부위원장은 "정부의 비정규직보호법안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들을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권위의 보고가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은커녕 오히려 인권위에 '소란스럽게 만들지 마라'는 소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 법안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며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떨어지고, 비정규직이 절대빈곤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빈곤의 문제가 전사회의 문제로 자리잡히고 빈익빈부익부와 사회양극화 등 더욱 가난한 사람은 더욱 궁지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 것은 국가의 정책이 실패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거연합 현호월 공동대표는 "대한민국이 우리에게만은 복지국가가 아니다"며 "복지국가에서 어떻게 강제철거가 있을 수 있으며 노숙인들이 생겨날 수 있냐"고 역설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가진사람들만의 복지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이 마음편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투쟁에 나선 것"이라며 "강제철거 없는 세상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노동당 김창현 사무총장은 "우리가 가진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닌 오로지 동지 뿐"이라며 "빈민들의 무상의료·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앞장서 쾌거를 이룰 것"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노점상인은 "우리가 왜 나왔는지 한번쯤 생각해봤냐"고 반문하고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용역깡패를 투입해 철거하는 등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질타의 목소리를 높였다.

빈곤연대 유의선 사무국장은 "빈곤을 양산하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전 분야에서 빈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빈민대회가 시행된 것"이라며 "행사 이후 빈민대회를 정례화하고 11대 요구와 29대 세부과제를 관철시킬수 있도록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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