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재엽 양천구청장이 대책특위 진상조사장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천구청 장애수당 횡령사건 파장이 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박은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양천구청 장애수당 횡령사건 대책특위(대책특위)’를 구성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도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특위는 지난 23일 오후 4시부터 양천구청을 방문해 현장 조사했다. 이날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구청 여성복지과에서 또 다른 공금횡령 사건이 드러나면서 구청의 감사 실시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추재엽 양천구청장은 횡령사실을 적발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구청 측이 “최선을 다해 신속 대응 했다”고 강조했다.

윗선 개입, 축소 은폐…떠오르는 의혹들
이날 특위의 현장조사에 참여한 곽 의원은 언론 보도된 구청 자체감사 결과를 두고 “국민 누구도 납득 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하며 26억 횡령을 한 개인의 범죄로 축소하려 한다” 며 횡령사건의 조직적 비호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이 진상규명을 촉구한 사항은 ▲업무보조 등을 수행하던 기능직 공무원(92년 수위 특채)인 안 씨가 장애인복지팀 발령 1개월 만에 횡령을 시작한 점 ▲월 평균 1억 이상의 고액의 횡령이 1년 이상 지속된 점 ▲교체된 채모 팀장이 장애수당 지급대상자 명단을 첨부케 하자 횡령을 멈춘 점 ▲2008년 1월 횡령이 발생하자 채모 팀장이 담당 업무자를 교체한 점 ▲채모 팀장 타부서 발령 후 2008년 8월 마지막 횡령을 시도하고 안 씨가 타 부서로 발령된 점 등이다.

안 씨가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등 부유한 생활을 하는 이유로 부인이 수십억 원의 복권당첨 때문이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 주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과 안씨의 타부서 발령 직 후 구청이 안씨가 관리했던 석암재단에 대해 자체감사를 실시한 것도 안씨의 횡령사실을 알고 구청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또 안 씨가 장애수당 외에 장애아동수당, 장애인시설, 편의시설 보조금 지급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한 것을 감안했을 때 추가비리 의혹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곽 의원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천구청은 곽 의원이 ▲우리은행 계좌 상세지급내역 ▲안씨 담당업무별 사업예산 ▲서울시 보고ㆍ감사자료 등에 대한 자료를 지난 19일부터 요구했으나 25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양천구청, 환수금액 부족분 십시일반 ‘모금’
추 구청장은 횡령사건 보고를 통해 재발방지책으로 보조금 집행업무 분리 및 사업별 정산제도, 현 이체관리시스템 전환 등 장ㆍ단기 대책을 내놓는 한편 5억원 가량의 환수 부족분을 전 구청직원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구청은 지난 해 12월 여성복지과에서 일어난 1억6천만원의 횡령사건 시에도 7천7백만원에 이르는 환수 부족금을 ‘고통분담’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모금하도록 한 바 있다.

대책특위는 2월 말까지 진상조사를 진행한 뒤 종합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추가조사가 필요한 부분에는 검ㆍ경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곽 의원실도 “양천구청의 태도와 서울시 감사의 허술함을 미뤄 국회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횡령사건에 항의하며 장애인들이 구청에 들어서자 구청측은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지해 장애인들의 발을 묶었다.

양천구청이 직원들에게 서약받은 '청렴실천다짐서약서'  <자료/곽정숙의원실>

 

장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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